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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채집자 Sep 16. 2015

누구나 마음 속에 나무 한 그루
가지고 있지

커다란 나무같은 사람 / 이세 히테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 


오래 전 작은 들꽃들에 눈 뜨게 되었던 시절. 길가의 화단에서 동네 작은 숲에서 미쳐 눈길 두지 않았던 꽃과 나무들이 마음에 다가오던 때, 보이지 않던 수많은 자연의 얼굴들을 마주하고 그 이름을 찾아 불러주는 일에 소소한 기쁨을 느낄 때면, 자연스럽게 이 말이 떠오르곤 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자연에겐들, 사람에겐들, 아니 살아가는 모든 것엔들 어디 다를까. ‘세상의 모든 것과 나와의 관계 맺기’에 대해 얘기해주는 그 말을 되뇔 때마다 가만가만 떠오르는 풍경들 있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코끝에 느껴지는듯한 수풀내음과 청신한 공기. 

맑은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기운에 나도 쉼 호흡을 한 번. 






그림 속에는 이제 막 식물원의 문을 열고 들어선 한 남자가 등장하고, 그가 좋아하는 초록 동굴의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다. 나도 그를 따라 들어가 보기로 한다. 가던 그의 걸음이 잠시 멈칫, 그의 눈에  띈 것은  

커다란 나무 등걸에 걸터 앉아 무언가를 그리는 낮선 꼬마 아이. 

30년 넘게 그 곳에서 세상의 나무와 사람들의 관계를 연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일터를 ‘여행 중’인 한 식물학자와 스케치북을 들고 식물원 '이곳저곳'을 누비는 사에라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무때나 아무데서나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꼬맹이 때문에 식물원을 가꾸는 정원사의 잔소리가 하루하루 늘어가고, 

 "꼬마야, 거기는 들어가면 안돼!"    















 "물고기를 잡으면 안 된다!"







연구실 창너머로 그 모습을 늘 말없이 지켜보던 식물학자는 어느날 그림을 그리던 아이에게 다가가 첫 말을 건넨다. “너도 으아리꽃을 좋아하는구나.” 















해바라기 꽃을 뽑겠다고 정원사의 속을 썩여 실랑이를 하던 시에라를 데리고 식물원을 거니는 식물학자. 자연의 세계로 아이를 이끄는 그를 따라, 어느새 나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림 속 이곳저곳을 살피는 사에라가 된다. 










해묵은 그루터기에서 새 생명이 나오는 ‘움돋이’를 보게 되고,  수천만년 전 고목의 화석이 만들어낸 천사의 날개도 만나고, 호랑나비가 탱자나무에 알을 낳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는 시간들. 

                                       

식물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시에라도, 아니 나도 어느새 고요한 초록빛 쉼터에서  나무가 되는 꿈, 숲이 되는 꿈을 꾼다. 



바람이 가지 끝을 헤엄치는 나무, 숲처럼 커다란 나무. 



수백년된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아카시아와 플라타너스처럼, 자신을 지탱하는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는 그 멋진 나무들 곁에서 세상의 모든 나무를 생각하고, 누구나의 마음속에서 자라는 한 그루의 나무들을 떠올린다.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로 고단샤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수상했던 작가 이세 히데코의 물기 가득 머금은 투명한 그림 속에는 햇살 환한 맑은 날, 촉촉이 비내리는 날,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아름다운 그늘을 만들어내는 계절의 표정들을 담은 식물원의 풍경들이 세심히 담겨있다. 


드넓은 식물원에서 나무의 숨소리를 듣고 만져보고, 자연을 놀이터 삼아 뛰노는 아이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작은 환희.

화분에 심어둔 해바라기 씨앗이 작은 떡잎을 피워낼 때까지 아이가 보여주는 기다림의 순간들.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엔 사에라가 떠나고 난 식물원에서 사람과 자연이 만나 피워내는 아름다운 이야기 한가지가 더 숨어있다. 자연과 교감한 사에라의 숨결이 남겨진 또다른  선물...    



















                           

커다란 나무야, 말 없이, 언제까지나 기억하는 나무야. 
네가 보아 온 것들을 들려다오. 네게서 나온 말은 나의 이야기가 된단다...




                               

연두빛 고운 아름드리 나무에 기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 그 옆에서 말 없이 등을 대고 곁을 지켜주는 또 한 사람. 표지 그림부터 그대로 빠져들게 했던 이세 히데코의 수채화 그림책.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은 파리에 있는 프랑스국립자연사박물관 안의 식물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작가는 그곳에서 사계절의 나무며, 꽃이며, 새싹을 관찰하며 그림책의 화폭을 채워나갔다. 식물원에 자리하고 있는 수령 250년된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그림책의 중심으로 뿌리를 뻗어 나갔고 거기서 탄생한 이야기의 씨앗이 흙 위에서, 나무 위에서 자라나갔다.

사에라가 거니는 풍경 속에는 작가가 그려넣은 70여 가지의 식물들이 담겨져 있다. 캄파눌라, 괭이눈, 수국, 비비추, 자귀나무, 아카시, 메타세쿼이아.... 그림에 녹아들어 있는 나무와 꽃들 중에서 그 생김생김이 눈에 익었던 것들을 알아보는 쏠쏠한 재미도 안겨준다. 책장을 덮기 전 마지막 판권 페이지에는 화폭에 담겼던 수많은 꽃과 나무들의 색인들이 빼곡이 적혀있다.




주인공 소녀의 이름 사에라는 프랑스어 'Ça et là'와 발음이 같다. '이곳저곳'이라는 뜻이다. 짙어진 숲의 푸르름이 제 아름다움을 한껏 내뿜는 계절, 가까운 숲이나 공원으로 걸음해 그 기운을 마음껏 느껴 보고 싶을 때, 그림책을 끼고 그렇게 파리 식물원을 즐겨보면 좋겠다.

느긋하게 나와 강변을 따라 걷다 그 서점에도 들러 봐야지. 내가 좋아하는 책도 찾아 골라들고, 노천 카페에 들러 차 한잔과 음미해본다면 마음 더욱 흡족할테지. 파리... 다시 걸음해볼 수 있을까. 그림책을 펼쳐보며 그곳을 걷고 있는 나를 꿈꾼다.





                                                                그림책 꺼내들고 떠나는 여행  

                                                  

400년 된 정원을 걷는 즐거움, 파리 식물원                                                             

1577년 약종상 니콜라스 오우엘(Nicolas Houel)은 파리 최초의 식물원인 약초정원(garden of simple plants)을 만들었는데, 1624년에는 1,000종 이상의 식물이 재배되었다. 이후 1626년 외과의사 헤로드(Heroard)와 약종상 보르세(Guy de la Brosse)는 루이 13세의 인가를 받아 '왕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약초 식물원(jardin de plantes medicinales)을 설립했으며, 1640년에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하였다. 
루이 16세 때에는 식민지 원정 탐험과 식물학 연구로 급속히 성장했고, 온실과 600개의 좌석을 가진 식물학학교 건물이 세워졌다. 이 건물은 그 뒤에 계속 확장되어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으며, 이 식물원을 바탕으로 1793년 6월 10일에 프랑스자연사박물관이 개관했다. 이듬해인 1794에는 동물원이 들어섰다.  
식물원은 식물학학교, 고산식물정원, 장미정원, 붓꽃정원을 산책할 수 있다. 식물원 안에 동물원이 설립되자 정원은 산책을 하면서 이국적인 동물들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장소가 되었다. 큐비에르 거리를 따라 늘어선 동물원에는 파충류, 조류, 곤충류 전시장이 있고, 살쾡이류, 곤충류, 원숭이류를 볼 수 있으며, 동물원의 가장자리는 고산식물 정원이 위치한다. 또한 중앙에는 식물학학교와 겨울정원 및 온실이 있다. 규모는 8ha이며, 식물표본 600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운영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월별로 운영시간의 변동이 있으니 미리 조회하는 것이 좋다. 국립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http://www.mnhn.fr/)네 식물원(Jardin des plantes)메뉴 참조.




파리의 아날로그 책공간,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파리의 유서깊은 서점으로 1921년 문을 연 이 서점은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랄드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문학을 유럽에 처음 전파한 곳이다. 파리 5구역 라탱지구, 노틀담이 보이는 강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화장실, 계단 등 틈이 있는 곳마다 책을 전시해 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업자 조지 휘트먼은 미국 뉴저지 출신. 2차 세계대전 때 유럽에 파병된 것을 계기로 전쟁이 끝난 뒤 귀국하지 않고 파리에 남아 1951년 노트르담 성당 맞은 편의 라탱 지구에 서점을 열었다. 서점의 첫 이름은 ‘미스트랄’이었지만,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출판했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사장 실비아 비치가 1962년 타계하자 이 출판사 이름을 물려받았다.
휘트먼은 서점 벽에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지 모르니”라는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시 구절을 걸어놓고 서점 한편에 젊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묵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서점에서 하루 2~3시간씩 일을 돕고 파리를 떠나기 전에 자전적 기록을 반드시 남긴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의 환대를 받으며 이 서점에서 묵고 간 사람만 4만여 명에 이른다.
파리를 찾는 모든 문학인과 예술가들의 문화살롱으로 정점을 구가한 곳으로  책장을 빼곡하게 가득 채운 책과 삐딱하게 놓여 있는 사다리 등 서점의 독특한 향취가 정겨운 곳이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http://www.shakespeareandcompany.com/





120년의 역사, 수많은 예술가와 문학인들의 처소, 카페 드 플로르

생 제르맹 데 프레에 위치한 이 곳은 1881년에 오픈해 1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프랑스 문화와 밀접히 닿아 있는 유서깊은 역사를 지닌 유명한 카페. 피카소, 헤밍웨이,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등 유명한 예술가들과 문인, 학자나 사상가들이 단골이였으며 사르트르는 이곳을 작업실처럼 생각할 정도로 자주 왔다고 한다. 차를 즐기는 손님뿐 아니라 사진을 찍거나 구경을 온 관광객들로도 늘 붐니는 곳. 날씨가 좋다면 노천카페에서 즐기는게 쇼콜라 쇼 한 잔.

운영시간은 아침 7시에서 새벽 1시30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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