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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작가 Jun 20. 2023

퇴사 전 오타루 여행

퇴사 전 홋카이도 여행 

오타루에서 이틀간 지낸 호텔은 그리드 프리미엄 호텔이었다. 4성의 다소 저렴한 호텔이었는데 고층에 있는 대욕탕이 정말 좋았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이 대욕탕을 온 것만으로도 오타루에 여행 온 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11층에 위치한 대욕탕은 작은 노천탕도 있어서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과 붉은 노을이 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앞을 바라보면 푸른 바다와 소도시의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 너무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호텔에서 제공한 목욕탕 내부 사진
남탕 외부 사진

감동적인 부분은 사진처럼 목욕에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샴푸, 린스, 바디로션은 당연하고 페이스 클리너와 칫솔, 치약, 로션까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말 몸만 가도 됐었다. 귀찮은 걸 싫어하는 ‘P'형(MBTI)은 이런 부분에서 감동을 느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대욕탕 사진

목욕탕 내부는 찍을 수 없어서 호텔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가져왔다. 


오타루 시는 시골마을이기 때문에 교통편도 없고 좁은 지역을 계속 걸어 다니며 관광할 수밖에 없는데 열심히 관광지를 보고 돌아와 다소 피로한 상태로 하는 목욕은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휴식의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나는 이 대욕탕을 이틀간 네 번(저녁, 아침, 저녁, 아침)이나 즐겼는데 두 번째부터는 무의식 중에 스마트폰마저 놓고 목욕을 즐겼다. 


나는 진짜 극도의 폰 중독이라 스마트폰을 놓고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목욕이 끝나기 전까지 내가 폰을 깜빡했던 것조차 잊고 있었다.


출근을 한 날에는 퇴근만을 간절히 기다린 주제에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멍하니 폰만 보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그렇게 멍하게 시간을 보내면 그 시간이 너무 아깝게 흘러가는데도 나는 지쳐있었고 스마트폰을 통해 보는 유튜브와 인스타는 정말 자극적이어서 변할 의욕조차 들지 않았다. 


그런 내가 스마트폰조차 잊어버린 채로 노천탕에 앉아 하늘의 하얀 구름이 지나가는 걸 바라보고 마을의 풍경이 노을로 물들어가는 걸 바라보았고 이 시간 동안 나는 퇴사에 대해서 깊게 고민할 수 있었다. 


사실 명확한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직처가 정해진 것도 아니었고 이직을 알아볼 의욕이 있지도 않았다. 채용시장은 빙하기였고 생각했던 IT 강사 일과 어학연수는 도피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처럼 살 수는 없었다. 변화가 필요했고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답을 찾아야 했다. 나는 이번 퇴사가 불러올 최악을 상상했고 그걸 내가 감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도망치는 곳에 낙원이 없다고 말하지만 단순한 휴식이 아닌 더 어렵고 지금 어려움과는 조금 타입이 다른 어려움을 선택한다면 도망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선택한 고통이라면 좀 더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은 상태로, 하지만 이전보다는 지금 처한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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