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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작가 Jun 25. 2023

퇴사 전 삿포로 : 나는 어떤사람인가요?

퇴사 전 홋카이도 여행

삿포로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이 몇 개 있다.


첫 번째는 삿포로 노면 전차였다. 이 전차는 삿포로 시내를 순환하는데 탑승하면 삿포로 도시 풍경과 함께 여기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삿포로 노면 열차


처음에는 어떻게 타는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관광할 것도 딱히 없고 한국에는 없는 지상을 달리는 열차가 이쁘고 신기해서 전차를 타고 삿포로 시내를 구경했다.


간단하게 정보를 전달하자면 해당 노면 열차의 이용금액은 성인 200엔으로 한국 돈으로 2000원 정도이다.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 이 정도면 저렴한 편인 것 같다.


순환선이기에 이상한 곳에 가서 못 돌아올 걱정 없이 같은 방향으로 계속 타다 보면 원래 탑승했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돈 지불 방식은 후불제여서 앞문으로 타는 우리나라 버스와 다르게 중간에서 타고 내릴 때 앞문으로 내리면서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니 불안해하지 말고 탄 다음에 하차 시 돈을 내면 된다.


우리는 하필 1000엔짜리도 떨어진 상황에 이 노면 전차를 탔는데 10000엔짜리 지폐도 받아주나 엄청 걱정했었다. 다행히 자연스럽게 받아주셔서 안심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인으로서 가장 신기한 점은 한 번 순환하는데 40분 정도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동안 한 번도 오르막이나 내리막길을 지나치지 않는다. 운전하기 험악한 부산에서 살아온 나에게는 참 이상한 느낌이었다.


두 번째는 삿포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이누 박물관이었다. 아이누 족이란 옛날부터 홋카이도 지역에서 살던 민족으로 일본의 주를 이루는 야마토 민족과는 다른 북방계의 민족이다.


독특한 문화양식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근대 시절 같은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의 역사를 가졌던 민족이기 때문에 이전부터 호기심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박물관에 갈 수 있었다.


아이누족


결론적으로는 별로 볼 것은 없었다. 나름 민족의상을 입은 채로 사진도 찍을 수 있고(무료!) 모든 전통 유물들이 한글로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보기 편했지만 시외에 있어 오고 가는데 시간도 꽤 걸리고 버스비도 비쌌기 때문에 그 정도로 가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이었고 내 성격상 하고 나서 별로라는 걸 아는 것보다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하는 타입이라 나쁘진 않았다. 그렇지만 혹시 삿포로를 여행한다면 시라오이 시에 여기보다 훨씬 크고 좋은 아이누 박물관이 있기 때문에 그곳을 추천한다.


이렇게 멀리 여행을 떠나면 일상에서는 잊고 살았던 또는 전혀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한다. 특히 성격이 다른 사람과 같이 가면 비교가 되어 더욱 그렇다.


나는 'P'형이라 이렇게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나고 또 계획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가 되더라도 그것 자체를 즐기는 타입이다. 할 것이 없어 탔던 노면 열차가 소소하게 재밌고 또 조금 실패하더라도 뭐 그것도 나쁘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는 걸 일에 치여 산다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퇴사를 해야 할까? 정말로 이 선택이 옳을까? 나중에 정말 후회하지 않을까? 서울에서 고민할 때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던 고민이었지만 나는 도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후회하는 사람이었던 걸 고려하면, 이번 선택이 실패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성격이 아니라면 퇴사는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일정을 보내지 못하면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 주변인들이 많다.


이처럼 내가 어떤 성격이고 여행에서 어떤 것을 즐길 수 있고 감내할 수 있는지에 따라 내 인생의 선택도 한 가지 답이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적합한 선택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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