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격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그 행동이 조금도 이기적이지 않고 더없이 고결한 마음에서 나왔으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그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인물을 만난 것이다.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중에서
나는 뜨개질을 한다거나 콩을 고른다거나 하는 것 같은 반복적이고 섬세한 일을 잘 하지 못한다. 특히 진행속도가 늦은 일을 하려면 멀미가 나는 것 같아 여학교 시절 수예나 뜨개질이 있는 가사 시간을 아주 싫어했다. 그것을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나무를 심은 사람, 엘제아르 부피에는 양치기이며 농부다. 황무지인 마을에 수 십 년 동안 나무를 심어 마을을 생명이 사는 곳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밥 먹고 나무만 심은 것은 아니다. 양도 치고 양들이 풀을 뜯는 그 사이사이에 나무를 심었다. 그것을 꾸준히 오래 했지. ‘나’가 부피에를 만난 날 저녁에 부피에는 자루를 가지고 오더니 도토리를 쏟아 놓고는 그 도토리를 하나씩 하나 골라냈다. 그것을 물에 불려가지고는 황무지로 바닥에 구멍을 내서 도토리를 심곤 했다. 도토리를 고르는 일은 답답하고 진행속도가 더딘 작업이다.
게다가 10만 그루를 심으면 최종적으로는 약 만 그루 정도 성장한다고. 이 가성비 낮은 일을 양치기는 꾸준히 했다. 꾸준히 하다 보니 나무와 지질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어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나무 전문가가 되었다. 전문가가 누구인가? 어떤 일을 오래 한 사람이 전문가다.
이론적인 전문가들도 많겠지만 실상은 시계 수리 30년, 가방 수선 30년, 세차 30년, 이런 사람들이 전문가다. 새롭고 기발한 것도 꾸준함 속에서 나온다. 인생 한방이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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