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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짱 Mar 09. 2016

[하루 한 편 구비구비 옛이야기]    

다자구 덜자구

옛날 죽령에 큰 도적떼가 자리 잡고 있었다. 풍기군수도, 단양군수도, 그 도적떼를 잡기는 해야 겠는데 워낙 수가 많고 힘도 세어 감히 건드리지 못하고 걱정만 하고 있었다. 하루는 ‘다자구 할머니’라는 이가 단양군수를 찾아왔어요. 다자구 할머니는 도적의 굴에 붙들려 들어가 도적 괴수의 마누라가 되어 있었는데, 도적 무리를 잡을 묘책을 말해 주러 온 것이었다. 다자구 할머니는 아무 날이 도둑 괴수의 생일인데, 그날 아주 좋은 술을 만들어 잔뜩 먹일 테니 그때 군사를 몰고 와 도적 무리를 해치우자고 하였다. 다자구 할머니는 그날부터 밤마다 마당에 나와 “다자구야! 들자구야!” 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도적들은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아 이 여편네가 미쳤나? 밤낮 그 소리만 한다.” 하고 우악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할머니는 “내 맏아들은 ‘다자구’구 둘째 아들은 ‘들자구’인데, 평생에 그 놈을 부르고 싶어서 못 배기겠는데, 아 이 놈이 눈에 뜨이지 않는구먼. 아 소원이 애들 이름 부르는 게 소원인데….” 하며 우는 것이었다. 도적들이 그럼 낮에 부르지 왜 밤중에 부르느냐고 하니 다자구 할머니는 밤이 되면 잠도 안 오고 아들들 생각이 자꾸 간절해진다면서, 그래서 꼭 밤에 이렇게 부르는 것이라고 하였다. 도둑 괴수의 생일날 할머니는 계획대로 좋은 술을 잔뜩 해 주었다. 도둑 무리가 모두 술에 잔뜩 취해서 코를 골고 자기 시작했다. 그때 할머니는 대문 밖을 향해서 “다자구야! 다자구야!” 하고 소리쳤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관원들이 죄 달려들어 한놈씩 잡아 묶었다. 그렇게 도둑 무리를 소탕한 뒤부터는 죽령을 넘어다니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후손들은 도둑 무리 잡는 데 큰 공헌을 한 다자구 할머니를 위해서 성황당도 만들고 제사를 잘 차려주었다. [한국구비문학대계] 3-3, 32-34면, 단양읍 설화5, 다자구 할머니 산신당의 유래


대계에는 두어 편밖에 안 실려 있는데 이야기가 재미있어서인지 아이들용 그림책, 동화책으로는 많이 소개된 이야기에요. 사실 별 내용은 아닌데, 할머니가 꾀를 내어, 도둑 무리가 다 자고 있으면 “다자구”라고 소리치고, 한두 놈 안 자고 있으면 “덜자구”라고 소리쳐서 관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는 거지요. 이 각편에서는 “들자구”라고 소리치는 부분은 빠져 있는데, 도둑들이 괴수 생일이라고 한참 먹고 마시고 할 때에는 할머니가 “들자구”만 외치다가, 마침내 한 놈도 빠짐없이 다 잠들었을 때에야 “다자구”를 외쳐 관원들이 도둑을 손쉽게 잡게 해주었다는 거예요.

서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우리 삶의 어떤 국면과 연관이 될 수 있을지 난감할 때도 있어요.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능력 문제일 뿐이라는 거..^^) 꾀쟁이 할머니 이야기로 그냥 웃고 넘겨도 될까요? 이런 이야기에서 굳이 인간관계의 어떤 문제를 끄집어내어 이해하고 분석하려고 하는 것은 혹시 과한 해석인 것은 아닐까요? 그게 과한 해석이어서 그냥 웃고 넘기는 이야기로 내버려 두면, 그런 식으로 밀어두게 되는 이야기들이 실은 숫자상으로 훨씬 더 많아요. 인생살이의 어떤 면, 인간관계의 의미를 살피는 데 주목한 이야기들보다는요. 그런데 또, 사람 사는 게 그렇지 뭐, 이런 생각도 든답니다. 웃고 즐기고, 할머니가 참 엉뚱한 꾀를 다 냈구나, 하고 그저 웃어넘기는 것. 이 이야기의 존재 이유는 그냥 그것일 수도 있을 거예요. 서사의 논리를 따지고, 완결성에 집착하면서 억지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일이 신물 날 때 드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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