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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Dec 18. 2018

출발 먼저 그리고 준비,

시원한 맥주와 회

평범한 평일 저녁이었다.

해가 빨리 지는 평범한 추운 겨울날 하루 종일 바삐 일하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퇴근길 

' 난 이제 사무실에서 출발 '

' 나는 한 시간 정도 더 마무리하고 출발 '

오늘은 내가 조금 빨리 도착할 것 같은데 만들어 먹진 못하겠고 뭔가 사가야겠다.


회사에선 이상하게 입맛은 없는데 배가 고픈 이율배반적인 느낌이 든다.

초콜릿을 하나 주머니에 주어 담아 나오다 내 노동의 대가가 그저 빠른 당 채우기인 게 조금 억울하단 생각에 역시 이럴때는 고기 또는 물고기지라며 집 근처 역과 이어진 대형마트에 들러 마감 세일 중인 회와 맥주 그리고 조금 늦어지는 빨간 날이 생각나 큰 의미 없이 구매한 임신테스트기를 들고 집으로.


그래 이 맛에 일하는 거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시원하게 마트에서 산 회와 맥주를 넣어두고 남편을 기다리다 생각보다 늦어지는 귀가에 테스트기를 꺼내 들었고, 영화에서 본 '아주' 선명한 두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뒤엉킨 기쁨, 걱정, 행복, 고민보단 이 비현실적인 일을 현실로 끌어내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아, 나는 오늘 밤 회랑 맥주는 먹지 못하겠다.'

물론 '무엇인가'를 못하겠다가 그날 밤뿐만 아니라 꽤 오래 지속될 것이고 그것이 '무엇들'이 될 거란 사실을 당시엔 몰랐지.


부랴부랴 적어 건네준 "오빠, 아빠가 된 '것 ' 같아 축하해" 카드에 퇴근하자마자 남편둥절

졸지에 회와 맥주를 먹지 못하게 된 아내둥절

이와중에도 배는 고파오고 아마도 아빠가 된 것 같은 남편은 더 커진 수렵 본능으로 먹이를 구하러 나가며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고 난 한겨울 눈 덮인 산딸기 대신 당시 핫했던 "##버거+음료는 셰이크로! 그리고 약국에서 파는 임신테스트기 전부"를 주문했고 곧, 3개의 임신테스트기를 앞에 두고 선명한 6개의 줄을 확인했고 된 '것' 같다는 되었다. 됐다!로 바뀌었다.


그렇게 난 나도 모르는 사이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가 될 준비를 시작했다.


+ 그날 밤 회와 맥주는 오롯이 남편의 몫이 되었고 남편은 먹고 난 먹지 못하는 회와 맥주가 누적이 돼가는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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