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간의 엄마연기
다양한 성향이 공존하는 인간이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겁 없는 편, 긍정적인 편,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편.
어느날 친척어른께서 내게 한마디 하셨다.
지금부터 단아하고 차분한 여자로 살아보는게 어때? 넌 새로운걸 좋아하니
그냥 새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역할에 도전해보는 거야.
엄청 새롭고 도전적인 과제 아니니?
뭔가 엄청 말이 안되면서 되는 듯하면서 아닌 것 같으면서..
아니다 엄청 새로운 도전인 것 같으면서 그냥 가만히 얌전히 좀 있으라는 것 같으면서 아닌것 같으면서..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저런 뉘양스였는데 너무나 새로운 방식의 조언이라 조금 웃으며 받아들일수 있었고 조금 진지한 시간동안 생각했다.
뱃속의 아가와 함께 하게 된 나는 고민이 많아졌다.
엄마라는 과제는 날 조심스럽게 만들었고 조금은 덜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조금씩 움츠러들었다. 생각의 꼬리를 무는 고민으로 머리만 대면 자던 내게 태어나 처음 겪는 불면의 밤이 연달아 지나간 이후, 밝고 거칠것 없던 나를 잃은 슬픔이 찾아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래 난 엄마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거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도전이야. 그간의 실패를 통해 배우는게 있겠지. 대책없는 밝음에서 고민많은 쫄보가 된건 엄마 과제는 실패 없이 단번에 성공하고 싶어서야. 이렇게 책임감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군. 마음을 먹었다.
는 건 출산전 이야기.
개뿔 세상 완벽한 성공이 어딧고 역할 수행이 어디있어. 새로운 건 두렵고 실수도 많은거지 처음인데.
출산 후 10개월 하고 하루째인 오늘도 말도 안통하는 아기와 협상을 시도하고, 아기 낮잠 시간엔 아기는 놀고 엄마는 낮잠 잘 자고 일어났다.
날 두렵게 하던 상상속의 좋은 엄마역할 에서 나와 나의 아가가 만들어가는 세상 하나뿐인 모자관계를 꿈꾸고 도전할수 있을 것 같아.
불면의 밤을 보내는 모든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나 포함)
- 정확히는 쫄지마 쫄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