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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B Aug 09. 2021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힘든가?

더 늦기 전에 가족에게 들려주는 사랑의 언어

“우리 가족은 왜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해? 안 하는 거야? 못 하는 거야?”


큰 딸이 얼마 전 식탁에서 한 말이다. 옷을 빌려갔던 동생과 티격태격하다가 동생을 겨냥해 한 말이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자주 하는 것보다 미안할 일을 아예 안 만들면 되잖아”     


아이들 싸움이 커질까 봐 내가 서둘러 얼버무리며 둘 사이를 중재하려 했다.      


옷을 빌려간 사람이 제때 제자리에게 돌려놓았으면 됐을 일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항상 갈등이 생긴다. 동생도 언니도 늘 여러 번 빌린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지 않아 문제였다.      


엄마인 나는 자매간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려고 해 보지만, 상황이 더 안 좋아질 때가 많다. 자매는 각자 자신이 더 억울하다며 변명을 해댄다. 나도 중재를 한답시고 더 큰 싸움에 휘말리게 될까 봐 늘 아이들 눈치를 살핀다. 그 말은 꼭 나와 남편을 향한 말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순간 뜨끔하기도 하다. 많이 찔렸다.      


엄마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순간을 모면하려는 내 안의 무의식이 작동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인정하면 될 일인데, 아직 우리 가족 모두에게 ‘인정’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인정하면 패배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늘 인정 대신 상대를 향한 공격을 하다 끝이 나버린다. 그러고 나서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똑같은 일상을 맞이한다. 잘못을 하고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일이 점점 사라진다. 또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와 또 잘못을 저지르고 상처를 주고받는 데도 또 사과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넘어간다. 반복된 데자뷔. 우리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미궁 속에 갇힌 노예가 되고 만다.        

피를 나눈 가족들 사이일수록 늘 ‘미안하다’라는 말을 잘하지 않게 되고, 어물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순간 딸아이의 말이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면 ‘사랑한다’는 말은 더더욱 안 하고 살고 있다. 말보다는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말없이 행동하면 그 행동을 누가 알아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사랑은 명사보다는 동사. 말보다는 행동’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늘 갈망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가족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듣지 못했고 누구와도 따뜻한 환대를 나누며 살지 못했다. 내 안의 간절한 욕망에 대해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고, 그런 말을 듣지 못한 채 살아온 나는 그런 말을 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정작 듣고 싶은 말들

‘미안해’, ‘사랑해’, ‘괜찮아’, ‘수고했어’, ‘걱정 마’, ‘잘하고 있어’, ‘그럴 수도 있지’, ‘누구나 그럴 땐 힘들어’, ‘나도 그렇게 힘든 적이 있었어’, ‘너 말이 너무 공감이 돼’, ‘난 널 믿어’,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 ‘넌 그 자체로도 특별해.’, ‘네가 꼭 뭘 잘해야만 되는 것 아니야.’ ‘그냥 너라서 너무 좋다,’


무조건적 사랑과 지지의 말들이 넘치고 넘치는데, 우리는 긍정과 사랑의 말을 안 하고 산지 너무 오래되었다.        

듣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런 말들을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에게 이런 말을 듣지 못했다.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그런 말을 듣지 못하고 이런 삶이 당연한 듯 살고 있다. 그냥 살기에도 바쁜 시간에 언제 그런 말 하고 사냐며 나 자신을 다독이며 합리화하며 살았다. 나는 그런 말들을 나 스스로에게도 잘하지 않고,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하고 살지 않는 인색한 사람이 되어 있다.      


사랑의 행동을 칭찬하고 표현하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나눈다는 것은 굉장히 튼튼한 심리적 기반을 만드는 일이 된다는 것을 가족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말로서 다시 한번 사랑의 행동을 확인하는 일이 우리 가족에게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가족들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또 제대로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차오르는 요즘이다. 알고 있는 것을 더 늦기 전에, 내일로 미루지 않고 사랑을 표현하며 살고 싶다.        


내 가족 내 자녀 내 남편에게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미안해.

당신 마음 잘 헤아리지 못했어. 정말 미안해.

당신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며 살게.     

당신 마음 잘 알아.

당신 마음 어떤 지 알 거 같아.

내가 같이 있어줄게. 기운 내     

당신 참 특별해.

당신 참 따뜻한 사람이야.

당신 참 근사하다.

당신 참 멋지다.      

시간이 지나도 당신은 참 아름다워,      

수고했어,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당신이 있어서 힘이 난다.

당신이랑 함께 해서 난 참 운이 좋아.      

당신을 떠올리면 늘 행복해.

당신 참 지혜로워. 본받고 싶어.

사랑해. 보고 싶어.      


사랑의 표현은 다양하고 많다. 하면 할수록 기분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말들. 나라는 존재 그 자체로도 무조건 인정해주는 그런 말들. 들어도 들어도 듣고 싶은 말들. 그런 말들을 떠올려본다.       


그 말을 나 자신에게 먼저 속삭여본다.

그러고 나서 우리 아이들에게, 남편에게도 선물처럼 하나하나 되돌려주는 거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시작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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