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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llroad 닥터힐 Oct 01. 2017

정상인과 비정상인

무의식의 비무장지대에서의 구조요청

정상인과 비정상인 사이에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과연 무얼까?
무엇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해 낼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을 만나면서 상담사로서 또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 서있는 한 인간으로서 나는 이 둘의 기준에 대해서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날 나는 정상과 비정상, 평범과 특별한 사이를 방황하는 비무장지대에 갇혀버리게 되었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어디에 지뢰가 숨겨있는지 모르는, 이곳으로도 저곳으로도 도망갈 곳은 없는, 그러나 어디를 가야 살 수 있을지 조차 모르는 이곳...... 내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비무장지대....
너무도 고요하고 적막해서 자칫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 곳에 흐르는 공기만은 평화로이 숨 쉴 수 있는 숨 막힌 평화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비무장지대에서 나는, 아니 이곳에 갇힌 우리는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다른 길로 움직였다가는 누군가의 총에 맞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움 속에서...
가만히 나를 더 가만히 있게 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인간으로 계속 가만히 나를 있게 한다.
나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이대로 있다가는 점점 몸이 썩어져 이 땅의 미생물들에게 온갖 영양분으로 흙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인데......
이미 내 몸에 부식이 진행되는 것을 알지만, 아직 나는 비무장지대에 갇혀 있다.
 
정상인과 비정상인 사이에서 무엇이 올바른 선택이란 말인가?
내가 생각하는 정상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상이 다른데 도대체 무엇이, 이 것들 간의 구분을, 판단을, 평가를 해 줄 수 있단 말인가......

우리 모두는 이런 비무장지대에 가운데 있으면서 아닌 척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나만 홀로, 이 철저히 독립된 비무장지대에 갇혀 구원의 손길만을 바라는 구원 환상에 빠져 해방의 그날을 철저히 수동적으로만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비무장지대에서 해방을 기다리며 스쳐가는 작은 빛줄기 하나에도 감사해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서서히 부패해 가고 있는 작은 생명체들을 구하고 싶다.

세상의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멀쩡한 인간의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비정상인으로 억압받게 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게 하는 이 사회구조에 절규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 없이 모두가 인간으로서 대우받고 행복할 권리를 가지며 살아갈 수 있기를...

비정상인을 분류하는 정상인의 오만과 편견으로부터 사랑과 선이 회복되기를 이 비무장지대 속에서 숨죽여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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