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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인 Mar 14. 2021

선한자는 승리한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 결말; 스포 포함





나이브스 아웃감독라이언 존슨출연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 아나 디 아르마스, 제이미 리 커티스, 토니 콜렛, 마이클 섀넌, 돈 존슨, 키스 스탠필드, 캐서린 랭포드, 제이든 마텔, 크리스토퍼 플러머개봉2019. 12. 04. / 2021. 01. 14. 재개봉








넷플릭스 화면을 열 때마다 추천 영화 목록 첫 번째로 이 영화가 떴다. 그럼에도 감상을 미룬 이유는 그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것 만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도 몇 번이나 등장했고 평점도 높은 데다 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라서 였는지도 모른다. 좋은 개살구 가 아닐까 의심하며 독립 영화 위주로 먼저 보고 이런 거작은 나중에 보자며 미루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랬다.


'아 이걸 왜 이제 봤지?'


리뷰가 왜 좋았는지, 평점이 왜 높았는지 이해가 된다. 블랙 유머로 가득한 전개와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는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톡톡 다 터뜨려 주는 그 기술, 대단하다. 매료될 수밖에 없다.



첫 부분은 다소 지루했다. 느슨하게 시작된 이야기 탓이다. 유명한, 성공한, 돈 많은 추리소설 작가가 85세 생일 파티가 끝난 밤 자살한다. 아, 아니다. 자살한 상태로 발견된다. 유능한 탐정 블랑은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고 사건 현장에 도착한다.



첫 부분이 산만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등장인물이 한 명씩 나와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자살인 줄 알았던 작가의 죽음이 타살로 의심된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그들은 용의선상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그렇지만 영화는 등장인물의 증언 시점으로 시간을 돌이켜 보여줌을 통해 시청자들은 무엇이 진실인지를 추려낼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이 엉망진창, 개성 강한 가족들의 갈등과 혈연적 가계도를 정립할 수 있다. 약간은 지루한 그 부분을 잘 견디면 다음 부분으로 점프는 쉽다. 재밌다. 오호, 그랬구나. 신난다. 시원해. 이야.... 하다가 끝부분에선 그랬구나 를 연발하며 영화가 막을 내린다.



작가의 저택 거실에 장식된 수많은 칼들. 여기저기서 불쑥 튀어나오는 칼 소품들. 왜? 이 영화의 제목이 'Knives out (칼을 빼들다) 인지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알게 된다.



이 영화의 매력 1.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느긋하게 보여준다.



배경은 미국의 시골인데 풍경은 영국적이다. 고색창연하고 독특한 건물은 고전 추리소설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탐정 이름은 블랑. 프랑스 이름에 남부 사투리를 쓰는 탐정이 어딘지 어눌하지만 날카로운 푸른 눈을 깜박이는 순간 긴장감이 고조된다.  우루과이 출신 간호사의 약점이 '어머니가 불법체류자'라는 점은 이 시대 미국이 당면한 인종차별과 이민자 정책을 꼬집는데 사실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지만 결국은 계층을 나누고 무시하고 괴롭히면서 차별하고; 차별받는 일들은 대한민국에서 사는 우리와도 특별히 다르지 않다. 태어나기를 부자로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That's my birthright!) 선천적 금수저들 사이에서 부대껴야만 하는 선천적 흙 수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의 매력 2 ; 매력적인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 거짓말을 하면 토하는 여성을 등장시켜 지루한 설명의 시간을 줄였다.



거짓말을 하면 토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살아가는 데 있어 거짓말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때론 선의의 거짓말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 주어야 할 때도 있는데 ; '거짓말하면 토하는' 핸디캡을 가진 그녀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시청자들은 그녀라는 인물을 신뢰하게 된다. 나아가서는 공감하고 어느새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영화 첫 부분, 조금은 지루했던 인물들과의 인터뷰가 그녀의 등장으로 두 번 세 번 설명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이 영화의 매력 3; 딱딱 맞춰진 퍼즐들. 그러나 어딘지 비어있던 그 한 조각을 맞추는 즐거움



너무 정확히 맞춰진, 완벽해 보이는 자살 현장. 그렇지만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일반 추리소설이 목적하는 '그래, 범인이 누구인지 맞춰봐' 수준을 뛰어넘어 '선과 악'의 구도를 이룬다. 마지막 퍼즐을 맞추던 순간 그 퍼즐은 이미 맞추어져 있었고 맞춘 이가 승리했음을 의심 없이 믿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영화의 엔딩에서 감독의 모든 장면은 '이미 계획되어 있었으며' 제목은 거들 뿐임을 깨닫는다.




영화 속 작가의 서재.  아치형의 책장.  소파.  탁자 모두 미스터리한 추리소설 작가를 연상하게 한다.  정말 부러운 방이다.




화는 세상을 비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여주는 데 멈추지 않고 어떤 영화들은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묻기도 한다. 그런 영화를 명품 혹은 명작 영화로 부를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추리 영화 중 상당한 명품에 속한다고 본다. 이 계획된 즐거움에 동참하고 싶다면 Knives out 을 감상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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