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비나를 1년 동안 진행하고 알게 된 운영 노하우 공개 :)
웨비나(Webinar)는 '웹(Web)'과 '세미나(Seminar)'의 합성어로 특정 목적을 위해 모인 청중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실시간 온라인 세미나를 의미합니다. 특정 오프라인 장소에 모이지 않아도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신청하고 참석할 수 있기 때문에, 모이고 싶지만 모일 수 없었던 코로나 시절 많은 기업에서 자사 브랜드를 알리거나 강연 혹은 워크숍 형태의 웨비나를 많이 진행했습니다. 요즘에도 웨비나는 콘텐츠만 있다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업의 주요 홍보 채널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웨비나를 진행하려면 일단 플랫폼을 선택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구글의 온라인 화상 미팅 도구인 '구글밋(Google Meet)'보다는 '줌(Zoom)'이 웨비나 랜딩 페이지를 비롯하여 '사전 알림' 등의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웨비나를 진행하신다면 '줌(Zoom)' 활용을 권장드립니다. 물론 '구글밋'으로도 웨비나를 진행할 수 있지만 신청 페이지를 '구글 폼(Google Form)'으로 만들어야 하고, 웨비나 알림도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보내야하므로 '줌(Zoom)'을 선택하시는 게 여러모로 손이 덜 갑니다. 단, 웨비나 유료 기능을 줌에서 이용하시려면 유료 플랜을 결제해야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 웨비나를 처음 시작한 건 2023년 11월이었습니다. 매월 1회씩 30분 동안 진행하면서 '구글 애널리틱스'를 어떻게 실무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지 팁을 전달드리고 있습니다. 웨비나를 처음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과연 매월 진행할만큼 소재가 풍부할까?'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3번만 진행해보고 반응이 괜찮으면 계속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생각보다 웨비나 신청도 많이 해주시고 피드백도 많이 주셔서 지금까지 1년 동안 총 10회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웨비나의 목표는 '젤리피쉬라는 기업에 대한 브랜딩과 홍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자'였습니다. 영국에서는 '젤리피쉬'를 얘기하면 데이터 분석 기반의 디지털 광고 대행사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한국에서 '젤리피쉬'는 '연예 기획사에서 데이터 신사업도 하나요?'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회사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상태였습니다. 이를 타개하는 게 정기적인 웨비나의 목적이었고요. 웨비나를 1년 동안 진행했음에도 아직 저희 회사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래도 업계 안에서는 저희를 인지하고 인정해주시는 분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젤리피쉬는 글로벌 기업이다보니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지사에 데이터 분석 동료들이 있습니다. 호주 지사에서 웨비나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영어 콘텐츠를 한국어로 바꿔서 준비하면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저희 회사의 좋은 점이 보안이 허락하는 한 웬만한 자료는 다 공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웨비나 자료를 쉽게 공유받을 수 있었고, 혹시 진행하면서 팁을 얻을 수 있는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웨비나를 이미 몇 번 진행한 호주 팀에서는 '딱딱한 교육이 아닌 실무 팁을 전달하는 캐주얼한 방식으로 진행해보라'는 팁을 공유해줬고, 웨비나 포맷은 지금까지 '30분 동안 전문가가 알려주는 GA 실무 팁' 컨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웨비나 자료를 공유받았지만 단순히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다고 준비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웨비나는 실시간 방송에 가깝고 실수를 한다는 건 전문성에 흠집이 가는 것이므로 직접 발표를 진행하는 사람이 문서의 내용과 맥락을 완전히 꿰고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이미 호주 팀에서 진행했던 문서의 스토리텔링만 참고하고 대부분은 한국식으로 슬라이드를 다시 제작했습니다. 그렇게 10번의 웨비나를 진행하다보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고 그 중 가장 중요한 몇 가지를 여러분에게 알려드리려 합니다. 웨비나를 계획하고 있는데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면 분명 도움이 되실 거에요.
처음 웨비나를 진행할 때 체크리스트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다음 웨비나를 진행할 때 반복해서 진행하는 업무가 많았고 이를 템플릿으로 만들었더니 업무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체크리스트가 없으면 빈 틈이 생기게 마련인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나씩 체크하다보면 웨비나 전후로 청중에게 원하는 바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스크립트는 쉽게 말해 원고 혹은 대본입니다. 전달하려는 내용이 다소 생소하거나 설명하기 조금 부담스러울 때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이를 실전에서 활용하면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저는 S사 온라인 강의를 현장에서 촬영할 때 실습을 제외하고는 슬라이드마다 스크립트를 준비했습니다. 제 앞에 수강생들이 앉아 있었다면 그나마 편했을텐데 3대의 카메라와 눈부신 조명 앞에서 강의 내용을 전달해야 했고, 당연히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촬영 중에 NG를 내거나 버벅거리면 촬영을 위해 참석하신 PD님과 카메라 스탭 분들이 고생하는 게 눈에 뻔히 보였기 때문에 저는 스크립트에 많이 의존했던 기억이 납니다. 말주변이 화려하지도 않고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면 굉장히 난처하기 때문에 스크립트는 저의 생명줄 같은 존재였다고 할까요.
웨비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시간 방송이고 50명이 접속해있는데 내가 말하는 내용이 뭔가 꼬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겠죠. 정말 해당 내용을 100번 이상 남들에게 얘기해보지 않은 이상 스크립트는 필요합니다. 연습을 할 때 스크립트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반복하다보면 나중에는 스크립트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실 거에요. 물론 스크립트 없이도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청중들에게 말할 수 있다면 없어도 됩니다 :)
그리고 당일 리허설은 무조건 하셔야 합니다. 리허설을 하는 이유는 만약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인데요. 음향을 체크하고 화면 공유가 제대로 되는지 등 체크할 요소는 상당히 많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동료의 도움이 있으면 너무나 좋습니다. 혼자 할 수도 있지만 동료가 같이 체크를 해준다면 완성도 높은 웨비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웨비나를 진행하면서 나오는 질문은 보통 채팅창에 입력을 하시는데 발표자가 말하는 도중에 동료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준다면 질문하신 분도 빠른 확인이 가능하므로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웨비나의 내용을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면 진짜 청중들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피드백을 받아야 합니다. 설문에 응답해주시는 분들에게는 발표 자료를 전달드린다고 말씀드리면 설문 응답률이 올라갑니다. 웨비나를 단발성으로 끝내는 게 아니고 정기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설문을 통해 피드백을 많이 주시면 그만큼 다음 웨비나의 퀄리티는 올라갑니다. 주제 선정에 대한 고민도 청중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를 토대로 준비하면 되구요.
단적인 예로, 9월 웨비나 피드백에서 웨비나 시간이 월요일 오전이었는데 월요일은 주간 회의와 미팅으로 참석은 했지만 집중이 어려웠다는 피드백을 반영해서, 10월 웨비나는 목요일 오후 2시에 진행했습니다. 10번의 웨비나 참석률을 분석해봤더니 대략 50% 전후였고,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시간대의 참석률이 가장 높더라구요. 그리고 쉬운 키워드를 웨비나 제목에 녹여낼수록 신청률이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진행했던 웨비나 만족도 결과는 5점 만점에 항상 4.5점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동료들에게 웨비나를 추천하겠다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항상 웨비나를 어떻게 신청하셨는지 여쭙는데 '지인 추천'으로 신청하신 분들이 20%가 넘는 걸 보면 그래도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 라는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다음 웨비나는 '챗GPT를 GA 데이터 수집이나 분석에서 활용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고 'GA 보고서를 활용해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조회하는 방법'도 후보 중에 있습니다. 웨비나는 선착순 100분만 모시는데 저희 고객사 분들은 우선 초청합니다. 헌데 최근 들어 항상 100명이 넘는 분들이 신청을 해주셔서 100명이라는 제한을 없애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그만큼 정성을 들여 웨비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웨비나 영상을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녹화가 되기 때문에 나중에 2차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웨비나를 1년 동안 진행하면서 배운 점과 노하우를 살짝 공개해 드렸습니다. 3가지만 말씀드렸지만 그 외에도 데모를 할 때 영상으로 녹화해서 시연한다거나, 웨비나 홍보 시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는 등 여러모로 경험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습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젤리피쉬 호주 팀의 도움을 받아 웨비나를 시작했지만, 요즘에는 다른 지사에서 저희가 어떻게 웨비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지 물어볼 정도로 어느 정도는 자리를 잡았네요.
시작이 어렵지 매번 하다 보면 브랜드 홍보 및 잠재고객 확보에 도움이 되는 게 바로 웨비나라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시작하기보다는 웨비나 체크리스트와 장표별 스크립트를 만들어서 꼼꼼히 준비하시고, 리허설을 통해 만약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신다면 분명 성공적인 웨비나를 진행하실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