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by 선이정

이제 이야기가 끝나갑니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막연하게나마 생각해 봅니다. 그중에는 제가 읽을 수 있도록 마음을 보내주신 분들이 있습니다. 경악에 공감하는 마음, 응원을 보내는 마음, 같이 고민에 빠진 마음, 끝내 조금 울어버리는 마음까지도.


하지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제 마음에 가장 많이 떠올랐던 질문이기도, 그래서 여러분이 지난 한 달간 많이 읽으신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손끝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공유드립니다.


✅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에 대한 책 읽기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질베르 아슈카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상황을 파악하기에 좋은 글입니다. 얇은 책이고 이해가 어렵지 않아 좋은 책이었습니다. 세네갈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자라, 지금은 프랑스에 사는 중동 연구가가 쓴 글로, 2023년 10월, 우리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알고 있는 충돌 직후 쓰인 글입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하마스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이라고 부릅니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가 가자-이스라엘 장벽을 뚫고 이스라엘을 공격한 사건입니다. 음악 페스티벌에서 발생한 학살을 포함하면 1,000명 이상의 이스라엘 사람이 사망했고, 포로도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스라엘 내에서도 깊은 슬픔이 있었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전쟁을 끝내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민간인 대상 폭격을 계속하고, 구호물자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 대학살의 원인과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이 나아가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가리킵니다. 그 손끝을 따라가 보면, 몇 년 전의 그가 한 말을 우리가 현실에서 보고 있고, 그렇다면 이 이후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착잡해집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 일란 파페

이스라엘 출신 역사학자가 쓴 책인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며 글을 쓰는 이스라엘 사람이 많지 않지만, 그런 사람의 글은 더욱 신뢰를 줍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주장하는 10가지를 비판합니다. “팔레스타인은 빈 땅이었다”, “유대 민족에게는 땅이 없었다”부터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 국가다”, “’두 국가 해법’이 유일한 길이다”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를 훑어보며 잘못 채워진 단추들을 지적합니다. 억압과 강탈이 아닌 미래를 우리가 그려갈 수 있을까요.


반대 입장으로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책도 읽어보고 싶어서 제이크 윌리스 사이먼스의 <이스라엘을 위한 변명>이라는 책을 읽다가, 너무 헐거운 짜임새와 부족한 논리 연결을 보며 고개를 젓고 말았습니다. 혹시 좋은 책이 있으면 추천도 부탁드려요.


✅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에 대한 영화 보기

<노 어더 랜드>, 3월 4일 개봉

팔레스타인 거주민 2명과 이스라엘인 활동가 2명, 총 4명의 감독이 함께 만든 영화입니다. 202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해 더욱 알려졌는데요. 이 영화를 더 알린 건 뜻밖의 씁쓸한 사건입니다. 감독 중 1명, 팔레스타인 사람인 함단 발랄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한 것입니다. 멀쩡히 자기 집에 있다가 집단 구타를 당하고 납치와 불법 구금까지 당했습니다. 이 사건이 널리 보도되자 석방되었다고 합니다. 개봉하고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상영이 조금 남아있습니다. (서울 인디스페이스 상영일정 보러 가기)


<힌드의 목소리>, 4월 15일 개봉

2024년 1월, 총격 속 자동차에 갇혀 구조를 요청한 6살 소녀 힌드 라잡의 이야기입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고 국내 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아 기대하고 있는 작품인데요. 힌드에게 일어난 일을 미리 말씀드리지 않아도 비극적인 상상을 하실 것 같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6살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를,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 내면에서 말해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극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

5월 28일 저녁 7시 / 서울 인디스페이스

이 영화는 아직 국내 개봉 소식이 없지만, 서울에서 단 한 번의 상영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읽으신 내용을 모두 거쳐... 극장에서 파템의 얼굴을 만난다면 많이 반가우실 거예요. (그리고 저도요!) 예매 오픈 등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지에서 들려드릴 테니, 우선은 캘린더에 꼬옥 마크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오늘로 정확하게 한 달 남았는데요. 작년 8월의 한 악몽에서, 9월의 인터뷰에서 시작되어 귀인과 귀인과 귀인의 손을 잡고 어찌어찌 여기까지 흘러왔습니다. 제가 벌인 일의 의미도 모른 채 어벙하게 주변의 도움을 받아, 징검다리처럼 바로 다음 발걸음이 놓일 자리만 보면서 와 보니 어느덧 여기입니다. 준비된 편지도 거의 끝나갑니다. 이제 상영회 전에 인사드리는 글로는 마지막 한 편만이 남아 있네요.


서로의 영혼을 다정하고 품는 마음. 이 시간들을 돌아보며 떠오르는 건 딱 그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을 받았고 또 건네 왔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 그 다정한 온기로 함께해 주실 당신을, 영화관에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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