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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Feb 23. 2017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고

익숙한 시리즈의 영민한 스핀오프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팬인 사람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영화다. 마치 중간계를 그리워한 반지의 제왕 팬들에게 호빗이 그러하였듯이. 나 역시 해리포터 세대에 속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초등학생 시절 해리포터 시리즈가 출간되기 시작했고, 그것들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항상 집에 그 책들이 들어왔으며, 영화로 제작될 때 나는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비롯한 그 배우들과 함께 성장하며 영화를 봐온 세대이기 때문에, 역시 이 영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딱 기대한 만큼 영화는 좋았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지만 기본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훌쩍 거슬러 올라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부터 이 영화의 영민한 부분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캐릭터들을 모두 배제한 채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인물들을 모았을 뿐만 아니라, 시대적, 공간적 배경까지 바꿔 그들을 새로운 무대에 올려 보냈다. 따라서 해리포터 월드를 그리워한 팬들은 익숙한 새로움을 맞아 반가움뿐만 아니라 신선함마저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이야기지만 마블에서 같은 이야기를 새롭게 보여주는 방식을 체험하며 놀라움을 종종 느끼곤 하는데, 앞으로 펼쳐질 이 시리즈 역시 같은 기대감이 든다.

 해리포터 월드의 주 무대였던 현대 영국을 벗어나 1920년대 미국으로 발을 옮긴 이 영화는 단순히 장소만 옮겼을 뿐만 아니라 훌륭하게 당시의 사회적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1920년대라면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경제대공황이 시작되기 전의 쉬는 시간 같은 시대였다. 여기서 주인공의 조력자이자 동행인이 되는 코왈스키는 시대의 평범한 소시민을 반영한다. 그는 통조림 공장의 부품처럼 일하며 노동에서 소외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할머니의 레시피를 전승한 자신만의 베이커리를 열고자 한다. 자금을 마련하고자 찾은 은행에서는 담보를 요구하고, 코왈스키는 서류가방에 들어있던 자신의 빵들을 내민다. 한편 마법사 사회는 극심해져 가는 마녀 반대단체의 운동과 뉴욕 근처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 사건으로 인해 마법 사회 노출에 대한 불안이 심해져간다. 여기서 마법사회의 수장은 계속해서 전쟁을 언급한다. 자신들이 노출되면 이번엔 전쟁이라고. 1차 세계대전에 대한 후유증이 여실히 반영된 설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뉴트와 코왈스키가 만나게 되고, 뉴트의 가방에서 신비한 동물들이 풀려나며 사건이 진행된다. 세기말적인 불안, 전쟁에 대한 공포, 노동으로부터의 인간소외, 수많은 전쟁고아 문제 등을 안고 영화는 풀려난 신비한 동물들을 쫓으려는 뉴트와 코왈스키, 그리고 티나의 행적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영화는 전쟁고아들을 모아 마녀 반대운동을 벌이는 집단의 소년과 소녀를 동시에 추적한다. 이 두 이야기의 줄기는 미묘하게 얽혀드는 듯싶다가 결국엔 사건의 마지막에 한줄기로 합쳐져 사건의 배후와 진짜 실체를 만나게 한다. 여기에 사용된 설정이 단순한 마법 주문 따위가 아니라 시대에 희생된 개인의 증오와 고통, 분노 같은 것들이 형상화된 것이라는 점은 이 영화의 윤리적인 메타포를 어느 정도 긍정하게 한다. 

 영화의 반전 요소는 두 가지가 있는데, 둘 모두 그리 탁월하게 관객의 예상을 뒤엎진 않는다. 따라서 반전은 그저 플롯의 한 요소로 보는 것이 좋겠고,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뉴트를 비롯한 선한 캐릭터들의 정서와 (이 영화의 제목 그대로)신비한 동물들의 디자인을 보는 기쁨일 것이다. 동물들의 디자인은 단순한 외양뿐만 아니라 그 동물의 습성, 성격, 생태를 포함한 모든 것들이다. 그들의 짝짓는 습관, 개체적인 취향, 물리적 특성 등을 그들을 애정 하는 뉴트를 통해 보다 보면 나 역시 그들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아무튼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은 영화다. 서사도 탄탄하고, 플롯도 나름 입체적이며, 기존 세계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신비한 동물이라는 다른 캐릭터들의 세상을 확장시켜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꽤나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스핀오프의 고질적인 단점들을 커버할 새로운 설정들 역시 영민했고.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은 너무나도 성실했다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원작 스토리의 새로운 스핀오프에 도전하며 가장 안정적인 길을 감독이 선택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물론 그 결과는 참 좋았지만, 인상적으로 뛰어났는가 하면 그것은 의문이다.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가 가장 훌륭하지만, 코왈스키 역을 맡은 댄 포글러의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콜린 파렐과 에즈라 밀러는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에즈라 밀러는 한때의 바람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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