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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Oct 16. 2015

다른 세상인 것 같았다

150601(3) : 캄보디아 프놈펜, 왓 우날롬 등

 황성을 둘러본 뒤, 우리는 왓 우날롬Wat Ounalom이라는 사원으로 향했다. 가이드북의 말에 의하면 특별할 것 없는 사원이지만 중앙 건물 뒤편의 사리탑에는 부처의 눈썹 한 가닥이 모셔져 있다고 했다. 사실 황궁 이후로 프놈펜에서 그다지 갈 곳은 없었으므로 그곳으로 향했다. 


 가이드북의 말처럼 중앙 건물 주변으로 쌓여진 많은 수의 탑들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사원이었다. 중앙 건물은 동편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입구 앞에 앉아 있던 인자한 표정의 노인이 잘 왔노라며, 여기가 우날롬 사원이라고 했다. 우리는 신발과 모자를 벗고 들어가 향을 피우며 참배하는 여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봤다. 돌로 만들어진 건물의 내부는 벽이 두껍고 층고가 높아 석굴에 들어와 있는 듯한 인상을 줬다. 부처상의 광배에는 LED 등이 안에서 밖으로 퍼져나가며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장치만 없었더라도 좀 더 신성한 장소가 되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참배하는 여인의 뒷모습에 왠지 모를 진정성이 느껴져 불상이 안치된 좁고 높은 내부는 무언가 다른 세상인 것 같았다. 부처의 눈썹인지 속눈썹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걸음을 달려 프놈펜 국립 박물관에 갔으나.. 박물관의 폐관 시간은 5시,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5시 10분이었다. 우린 아쉬워했지만 사실 아쉽지 않았다. 지친 몸을 끌고 강변으로 가 걷다가 Costa라는 현지 카페에 들렀다. 메뉴가 다 비쌌다. 난 커피 쿨러를 마셨다. 우리가 머문 카페의 2층 좌석 창 밖에는 강변에 걸려있는 다양한 국기들이 펄럭이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국기 바로 옆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국기가 걸려있었다. 분단된 우리나라에서 몇백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서 나란히 놓인 두 나라의 국기를 보니 기분이 묘했다. 


 밤에는 다시 펍스트릿인 172번가로 걸어갔다.  피자와 맥주를 마시고, 당구를 쳤다. 포켓볼에서 내가 졌는데, 그걸 지켜보던 펍 직원과 득이 곧 맞붙었다. 득이 간발의 차이로 졌다. 우린 돌아가는 길에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이야기들은 내 핸드폰에 긴 동영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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