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 오늘은 밀크티요.
준호가 ‘아이스로 드릴까요?’라는 질문을 위해 입을 살짝 벌리며 숨을 들이마시는 찰나-
현주 살짝 따뜻하게요.
오전의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 자리로 가 앉는 현주. 가방에서 얇고 가벼워 보이는 랩톱을 꺼내고 있다. 그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엘이디에 표기된 팔십 팔도라는 숫자가 보였다. 우유 온도다.
준호 Nar. 베이스를 구십도 초반까지 데워서 우유와 섞으면 따뜻함은 조금 넘어서게 된다. 곧 여름이라고 하여도 아직은 아침이니 마시기 적당할 것 같다.
‘살짝 따뜻하게’가 통하는 온도는 그 정도 아닐까. 다소 뜨거우면 입으로 불어 조금씩 맛을 봐야 하기에 온전한 감상이 어렵고,
그런 행동은 작업하는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또 너무 온도가 낮으면 오히려 본연의 맛이 살지 않는다.
그는 따스하게 예열된 잔에 베이스를 담고 따뜻한 우유를 천천히 부었다. 모락모락 김이 나며 섞이는 깊은 나무색의 제형 같은 베이스와 순수한 색을 뿜어는 우유. 이내 그는 잔받침에 밀크티를 가져다주었다.
이제 막 랩톱을 펼친 현주가 인사를 하곤 잔을 입가에 가져간다. 따스한 밀크티가 혀와 입안을 감싸자, 부드러운 향이 비강을 지나 머리로 또 생각 전체로 스며들어, 폐부 깊숙이까지 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뭉근하고 따스한, 몸에 잘 붙는 온기. -열정만 넘쳐서 피하게 되지도, 또는 너무 냉철해서 감각이 마비돼 버리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