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출현하는 밀어냄, 철컥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럴 때면 그녀는 으레 목소리와 함께 눈썹을 치켜 뜬다. 그 앞에서 철저하게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저절로 멈칫한다. 그녀 발밑에서 밀려오는 용암, 과다 분출된 분노가 뜨거운 김을 내며 전진한다.
쭈뼛해진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 것 같다. 굳이 저럴 필요가 있나, 곧바로 지겨움이 밀려온다. 분노를 전달하고자 했다면 그녀는 늘 성공이다. 물론 분노가 아닐 것도 같다. 어쩌면 지겨움? 늘 분노하고야 마는 자신에 대한 지겨움? 하지만 궁금함이나 연민으로 흘러가도 좋을 나의 마음은 바로 미움 위에 올라타 버렸다.
단어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 경험의 어떤 부분을 강하게 끌어온 경우가 많다. 그걸 감지했으니 설명을 요구했어도 되었을까? 아니다. 너무 까칠한 그녀에게 질려버린다. 아니야 솔직해지자. 무섭다. 나는 상처가 두렵다.
쉽게 상대와 내부를 동일하게 문질러 버리는 방식. 나의 분노는 너의 것이다. 네가 먼저 공격했잖니 하고 드잡이하는 단호한 입매.
짐작이 되는 그녀의 이야기가 잠깐 떠올랐지만 그 녀의 이어지는 행동들에 연민을 놓기로 했다.
관심도 없다는 듯 툭툭 던지는 그녀의 지적 편력에 다들 마치 창에 찔린 듯 부르르 떤다. 그녀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태도는 우월감을 넘어선다. 그러나 조롱 뒤에 초라한 그녀가 숨어있는 걸 나는 보고 말았다. 자기가 발견한 잔인하고 재밌는 놀이에 신이 난 아이. 자그마한 그 아이의 광기가 붙든 존재감.
나는 어금니를 꽉 물고 아이를 못 본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