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끝

감정을 다 뱉어내면 후련할까

by 이수정

모르겠다. 아닌 거 같다.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내 감정이 주체가 안될 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풀어서 해소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다. 결혼 한 언니에게 개인적인 안 좋은 일이 있었고, 언니와 전화 통화를 한 엄마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는 언니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본인의 감정을 폭포수처럼 쏟아 내었다. 격양된 목소리와 마음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져 나도 힘들었다. 물론 당사자인 본인은 더 힘들겠지만, 나도 엄마와 같은 마음이 들었다. 언니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고, 오늘 늦은 오후 아무도 없는 차 안에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랑 통화한 내용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언니는 심적으로 가족들이 자신의 편이 돼주길 바랐다. ‘비빌 언덕’이라고 표현했다. 비빌 언덕이 없다고 하였다. 그동안 자식 셋을 키우느라 고생한 엄마를 생각하면 우리는 엄마에게 이렇게 하면 안 되었다. 모르겠다. 언니는 지금 많이 지쳐있다고 하였다.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고도 하였다. 티는 안 냈지만, 그래도 ‘맏이’인 본인이 살아오면서 책임감에 티 내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엄마와 같은 비수 같은 말을 할 것이라면 할 말이 없으니 전화를 끊으라는 말과 함께 언니는 전화를 끊어 버렸고, 나는 다시 전화를 걸지 않았다. 몇 분 뒤 온 언니의 장문의 문자도 나중에야 확인하였다.


읽자마자 지워버린 그 문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지금 많이 힘든 상황이라 가족들이 좀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만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상한다고. 그럴 거면 연락을 하지 말라고.


나도 마음이 좋지 않다. 언니가 힘든 만큼, 멀리서 지켜보는 내 마음도 힘들고 아프다. 그렇지만 나도 그 감정의 파도에 같이 휘말릴 수 없다. 나라도 온전한 정신으로, 단단한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어야 한다.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나 조차도..

어렵다. 매번. 나도 잘하고 싶은데, 힘이 돼주고 싶은데.. 어떨 때는 내 마음도 다스리기 힘들고, 벅찰 때도 많다.


체력을 키워야겠다. 마음의 근육도 좀 더 키워야겠다.

시간적 여유로움도 가져야겠다. 무엇을 하든 급하게 하지 않고 계획을 좀 세우고 차근차근해야겠다.


그래야 이 모든 과정을 좀 더 멀리서 지켜보면서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