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니

사실은 항상 그리운 사람인지도 모를..

by 이수정

저번 연재일에 언니와의 일을 썼었다. 우리 언니는 지금 개인적인 일로 힘든 상태이다. 나도 나대로 사는 게 바빠서 언니의 일을 잠깐 잊은 건 사실이다.


처음 언니의 일을 들었을 때 3~4일은 잠을 편히 자지 못했다. 걱정스러운 맘에 잠을 자다 깨다 했었다. 물론 당사자는 나보다 더 힘들 것이다.


나도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힘든 일을 겪었었고, 그럴 때마다 진정으로 마음의 위안과 안정을 줬던 사람은 우리 언니였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긴 수험생활에 지쳐 집에 틀어박혀 아무도 안 만나고 있을 때도 과일을 양쪽 봉지에 사들고 본인의 직장인 포항에서 내가 있는 대구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사람도, 직장 생활하다가 힘들어 무작정 기차 타고 고향에 내려가서 엄마한테 혼날까 봐 떨고 있던 나를 데리러 온 사람도 바로 우리 언니였다.


지금은 다시 편안한 마음이 된 내가 이제는 우리 언니의 손을 잡아 줄 차례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냉철하게 말로 표현하는 내 스타일을 고쳐야겠다. 따뜻하게 받아주어야겠다. 나는 유독 가족들에게 더 그러는 것 같다. 내 옆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나를 지켜주는 제일 소중한 사람들인데.. 제일 보듬어 줘야 하는 귀한 사람들인데 왜 그러는 걸까. 내 가족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볼 수 없다고 독한 말로 그것을 막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 잘못된 길’은 누가 정해 놓은 것일까. 나의 생각이다. 내가 판단했을 때 잘못 됐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 언니나 다른 가족들은 그 선택이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그 선택을 한 후 책임도 본인이 지는 것인데, 나는 내가 책임을 져주지도 않을 거면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 생각이 짧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가족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 같다. 매번 다짐하고 또 반성하는데도 가족의 일은 쉽지가 않다. 여전히…


나는 앞으로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지금 힘든 과정을 버티고 있는 우리 언니의 작은 마음도 놓치지 않고 성실하게 들어주기로.. 그렇게라도 언니의 깨진 마음이 조금이라도 알맞은 모양으로 붙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들어주리라. 그리고 말할 때 다정함 한 스푼을 첨가해 보기로.. 듣는 사람은 어색하기 그지없을 줄 모르나,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마음먹은 이상 닭살이 돋아도 조금만 참아주길 바란다.


지금 힘든 터널 안을 걷고 있을 우리 언니에게..

언니야~ 언니는 어릴 때부터 내 옆에서 나를 지켜주던 든든한 등대 같은 사람이었어. 지금과 다르게(?) 초등학교 때 난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지. 기억하지? 큰집이나 외갓집에 갈 때 언니가 내 옆에 없으면 난 불안했어. 언니 옆만 졸졸 따라다녔잖아. 언니는 모를 거야. 언니는 존재만으로도 나한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언니가 고등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서 집을 떠나서 자취하게 됐을 때 엄마랑 언니 사는 곳에 갔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언니가 산다는 자취방은 여고 앞 독서실이었는데, 언니는 독서실 옆 작은 수돗가에 앉아서 손빨래를 하고 있다가 우리를 맞았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럼 잠은 어디서 자?”라고 물으니, 학교 마치고는 독서실 책상에서 공부하고 독서실 마치는 시간에 의자를 책상 위에 올리고 그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잔다는 언니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나네. 근데 그때는 그 고등학교에 기숙사가 없다 보니 독서실에서 그렇게 생활하는 언니 같은 학생들이 많았고, 언니는 이 생활이 재밌다고도 했어. 나중에 성인이 되고 우리 둘이 방에 누워서 잘 때 언니가 그랬잖아. 사실 고등학교 때 불면증이 심했다고.. 밤을 골딱 세고 학교 가는 날이 꽤 많았다고. 밤을 새우면서 DJ DOC의 랩이 들어간 노래를 계속 들었다고 나한테 얘기해 줬었는데 노래 제목이 기억이 안 나네.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언니는 학생 때부터 힘든 티를 잘 내지 않았어. 그것도 맏이라서 그랬을까.. 나는 언니랑 다르게 힘들면 힘들다고.. 싫으면 싫다고 투정도 많이 부렸던 거 같은데.. 그리고 언니는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한테도 언니의 마음 잘 이야기하지 않지? 친한 친구들도 많이 없다고 언니가 항상 나한테 얘기하잖아. 이제는 안 숨겨도 돼. 내가 언니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줄게. 이제는 언니가 둘째 해.. 내가 맏이의 짐을 한번 져 볼게. 근데 믿을 수 있..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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