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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누난나 Dec 19. 2021

내겐 너무 막장 드라마인 '달과 6펜스'

리뷰

http://aladin.kr/p/bFTPJ



만약 그림에 대한 감상문에 ‘원시적인’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나는 바로 고갱이 그린 원주민 여인들의 구릿빛 피부, 그들이 걸친 옷의 모양, 색깔들이 떠오른다. 내게 ‘원시적인’이라는 표현의 구체화된 이미지가 딱 고갱의 그림이다.


고갱은 다소 늦게 화가로의 삶을 시작했다는 . 같이 생활을 하고 그림 작업을  정도로 고흐와 우정이 있었고 그러다가 서로 간의 성격차이로 인한 트러블로 멀어졌다는 . 말년에는 타히티 섬으로 가서 그림을 그렸고 자연 속의 삶에 만족했으며 거기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고 죽을 때까지 머물렀던 인상주의 화가라는 것이다. 그러한 아주 간단한 미술사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상상 속의 고갱과,  책을 읽으며 떠올리게되는 거칠고 이기적으로 제멋대로인 찰스 스트릭랜드에 캐릭터는 나름 맞닿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작가 본인이 남자라서 그런가 글 전반에 깔려있는 마초적이고 원초적인 성격의 스트릭랜드의 매력 발산이 느껴져서 동의하기가 어렵고, 더더군다나 블란치가 병으로 인해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의 거구의 남자를 간호하다 빠져드는 설정이나 돌보는 상황을 설명하는 페이지는 “그 작가의 판타지네ㅋ” 하고 비아냥거릴 정도로 거부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헌신적이고 성실한 남편을 두고 그렇게 손쉽게 돌변하여 정나미 떨어지게 행동하고 떠나는 여자 역시 탐탁치 않고 현실성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인간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아직은 부족해서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스치기는 하지만.


아이와 가족을 한 순간에 버린 가장, 돌아만 오면 바람을 피운것도 용서한다는 아내, 위대한 예술가 이기에 아픈걸 집으로 불러들여 간호 하겠다는 사람, 간호하다 남편을 두고 그남자한테 빠져 따라 나간다는 여자. 이건 식의 아침 드라마&막장 캐릭터 스토리는 그 소설 속에 나오는 주변 사람들의 당혹스러움 만큼 나도 이해 못시켰다. 누군가의 온라인 서점 감상평에는 인간의 모순, 가식, 비열함을 대표하는 모습이라고 하던데. 내 독후감은 “막대먹은 사람들에 대해 굳이 이야기로 엮어야 하나”. 이게 드라마면 “작가가 이상한것 같아 맥락이 이게 뭐야”하면서 채널을 돌릴 것 같다.


서머싯 몸이라는 대작가를 폄하하는 건 아니다. 이런 이야기에 나는 조금도 공감이 안된다는 얘기를 풀다보니 다소 부정적으로 들리는 거라고 변명하고 싶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알려진 작품에 대해 내 개인 의견을 말하는 것도 용기라고 감히 생각도.




시대를 관통하여 공감되는 감정을 일으키는 예술이 있는 반면, 문화와 시대가 변하면 달라진 사고에 의해 동의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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