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갠 Jul 03. 2022

그간. 그리고 해방

여전히 일본입니다.

2020년 5월 이후, 그간의 일본 생활.


코로나 이후에 생활이 급변했습니다. 




2020년 4월부터 주1~2 회사 출퇴근, 나머지는 재택 근무가 가능해졌습니다.

원래 성실함 보다 게으르고 효율적인 편이라, 여유를 중요시하는 저에겐 꿀빠는 근무 환경이었죠.


고지식한 회사인 탓에 코로나 전에는 아무리 '플렉서블 출퇴근', '복장 자유화'를 외쳐도

완고히 거부해왔던 경영진이 코로나 사태로 재택 근무를 적극적으로 도입을 하고,

모든 사원에게 휴대폰(데이터 무제한이라 저는 일상생활에서 wifi루터로도 활용중입니다)을 지급하는 등

믿을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원래 3년 이상 한 회사에 다니는 게 어려웠던 저는 이 변화 덕에 이직 후 5년 차를 맞이했네요.

자유로운 근무 환경과 온화한 동료들 덕에 계속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코로나의 여파는 가정에서 나타났습니다.

남편이 2019년부터 일본어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첫 3개월은 그나마 공부에 매진을 했어요. 

그런데 스스로 공부를 한다기 보단 퇴근한 저를 붙잡고 같이 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텍스트를 읽어주고 하나하나 같이 풀어나가야 했습니다.


그나마 공부할 때는 시비가 덜했으나,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대로 나태해져 갔습니다.

매일 같은 음주 문제, 음주 후에는 꼬투리를 잡아 시비를 거는 등의 주정을 부렸습니다.

잦은 폭언, 물건 던지고 부수는 행위, 주7일 음주, 휴일에는 아침9시부터 음주... 집안일의 9할은 제 몫이었고, 생활비는 온전히 제 몫이었습니다. 심지어 나중에 알았는데 제가 엄청난 가스라이팅을 당해 왔었습니다. 


친구가 '아무래도 네 남편 나르시시스트 같아'라며,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보내줬던 게 소름끼치게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후, 2021년 11월 여러가지 재물손괴 사건을 계기로 이혼을 결심하고 변호사를 고용했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비유를 했어요.

복권에 당첨됐었는데
갑자기 금액의 나머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나는 그저 유유자적한 생활을 위한 희생양이자 그에게는 복권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올해 1월. 상대방도 변호사를 고용하고 작위적인 증거 동영상을 찍으려고 일부러 저를 자극시키는 행위들이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제가 먹을 음식에 이물을 탄다던가. 제 노트북에 있는 카톡 내용을 자신의 컴퓨터로 송신한다던가. 제 핸드폰을 일부러 들고 튀면서 안들고 간 것처럼 동영상을 찍는다던가. 

비열해도 한참 비열한 인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일련의 사건들로 해방되기로 결정했습니다. 최소한의 짐만 챙겨서 게스트 하우스로 도망쳤습니다. 

이후 2월 급히 집을 얻어, 키우던 개 두마리도 구출하여 현재 별거 중인 상태고요.


7년의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자신을 반성할 줄 알고, 어느 정도의 이성은 있을 거라 기대를 했었나봅니다. 전혀 없었습니다. 상대는 이혼을 완고히 거부하고 있고 반대로 저에게 뻔뻔하게도 생활비를 요구해 왔습니다. 변호사를 통해 '혼인비용 조정(생활비 조정)'을 신청해왔습니다. 심지어 '원만 조정'도 신청할 예정이라는 군요. 

서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폭력적인 아내(모든 것을 저에게 다 뒤집어 씌우며)때문에 힘들긴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다.

라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이런 저런 조정 및 법정 싸움으로 어느새 7개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절차는 재판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결혼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은 저렇게 말도 안되는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이에게 제가 생활비 주게 될 거라네요. 산정표 기준에 따라서. 

경제권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가봅니다. 


본래 경단 여성이 육아를 도맡아 해오다 남편이 바람나서 이혼을 요구한다던가 집을 나간 경우, 경단 여성이 육아를 하며 남편의 폭력에 견딜 수 없어 집을 나간 경우, 이 여성을 보호하고자 만든 법을 뻔뻔한 놈이 악용하고 있습니다. 법도 피해자의 편이 아니라 절대적 수치 편이고요.




저의 해방일지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과 일본의 더치페이 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