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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Feb 13. 2024

4개월 아기와 또 출장 다녀오기

대전-김포-일산

저번 글에서 4개월 아기를 데리고 대전에서 수원까지 출장을 다녀온 이야기를 해보았어요.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되어서, 저는 두 번째 출장을 가게 됩니다. 이번에는 행선지가 김포와 일산이었어요. 대전에서 타지역으로 이동하는게 쉽지는 않아서, 상황이 된다면 인접한 지역은 같이 다녀오고자 했어요. 


김포와 일산은 제가 직접 일이 있어서 가본 적은 없는 곳들이예요. 김포하면 김포공항밖에 생각나지 않는 저는, 대전에서 김포까지 가는 것이 그렇게 멀다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네이버 길찾기에서는 신탄진에서 영등포로 간 다음, 합정역에서 김포 가는 광역버스를 타라고 했어요. 


신탄진 역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신탄진의 경부선 상행 첫 차인 무궁화 1312호, 5시 41분발 기차가 있었어요. 


출장 당일, 잠에서 깬건 4시 반 무렵이었습니다. 짐을 챙기고 나름 출장이라 화장을 하고 기관 방문 일지, 기념품 등도 챙겼습니다. 아기를 데리고 가야 하니 기저귀, 물티슈, 여벌 옷도 챙겼습니다. 그나마 아기가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고 이유식을 하기 전이라 아기 짐은 생각보다 많진 않았어요. 평소 학교에 강의하러 갈 때 가지고 다니는 핸드백에 모든 짐이 들어갔습니다. 


외출 준비를 다 마치고 아기띠까지 한 다음, 안방으로 들어가 한참 자고 있는 막내를 얼른 아기띠로 안았습니다. 아기는 계속해서 자고 있었어요. 지하주차장으로 가 카시트로 옮길 때엔 깰까봐 걱정도 했습니다만, 여전히 잘 자더라구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새벽길을 운전해서 기차역에 도착했어요. 


기차역 수유실에서 비로소 잠이 깬 막내



기차역에 도착해서는 수유실로 갔어요. 신탄진에서 영등포까지는 1시간 46분이 걸려요. 무궁화호는 수유실이 없기 때문에 기차를 타기 전에 기저귀를 갈고 수유하는 것이 필수였습니다. 카시트에서 내리고 안고 해도 잘 자던 아기는 수유실 기저귀 교환대에서 비로소 눈을 떴어요. 따뜻한 안방에서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인데, 영문도 모른채 엄마를 보고 방긋 웃었어요. 새벽 5시, 아기와 함께 기차역에 있다는 것 자체로 긴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길동무가 있다는 데에서 왠지 마음이 놓이기도 했답니다. 



수유실에서 모든 채비를 마쳤어요. 아기띠로 아기를 안고, 짐도 챙기고 나와 승강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철길에 가만히 서있는 정비기차를 보니 왠지 큰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자동으로 이렇게 사진을 먼저 찍게 되네요. 




기차 안에서 아기는 계속 잤어요. 저도 아기띠를 한 채로 깜박 잠이 들었어요. 깨보니 어느새 영등포에 다 와 있었습니다. 영등포에 도착한 시각은 겨우 7시 반이었습니다.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새벽에 출발했는데, 이렇게 이른 시각에 서울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하루를 일찍 시작했더니 아직도 하루가 길고 길었습니다. 




영등포역에 도착해서도 역시나 가장 먼저 한 것은 수유실 들르기였어요. 안방에서 자다가 들쳐안고 나와서, 내복차림이네요. 혼자 앉지 못하는 아기를 잠시 저렇게 수유실 소파에 기대 앉혀놓고 짐을 풀었습니다. 



아늑했던 영등포역 수유실


수유를 하고, 기저귀도 갈아 재정비를 한 다음 역 밖으로 나왔습니다. 영등포역 바깥으로 나오니 꽤 복잡했어요.  합정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버스 타는 곳 찾는데 한참 걸렸어요. 8키로인 아기를 안고, 구두를 신은채 길을 건넜다가 다시 건너기를 반복해서 겨우 제가 타야하는 방향의 버스정류장을 찾을 수 있었어요.

합정으로 가는 버스를 무사히 탔을 때는 아직 8시 무렵이었어요. 출근 시간이 되기도 전이라 버스 안이 한가할 정도였어요. 


합정에 내리니 또다시 길을 찾아야했어요. 김포로 가는 버스를 타야했는데, 방향을 모르겠더라구요. 높은 빌딩들 가운데, 횡단보도를 여러번 건너고 한참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보니 그제서야 반대방향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또다시 왔던 길을 힘겹게 걸었어요. 홀몸이면 좀더 가뿐하게 뛰어갔겠지만, 아기를 안고 가자니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김포행 버스는 여러 대였는데, 제일 먼저 온 버스에 올라 무턱대고 물어보았습니다.

"기사님, 김포 가요?"

"김포 어디요? 김포가 얼마나 넓은데요."

"한강신도시요."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해야할지 몰라서 대략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몇 번의 말이 더 오고간 후에 저는 그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합정에서 김포까지는 버스로 4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버스를 타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가 칭얼거리기 시작했어요. 


'중간에 내리기도 어려운데 어떡하지?'


게다가 버스에는 다른 승객들도 있어서 아기가 우는 소리가 거슬릴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일어서 달랠 수도 없구요. 난처한 중에 아기가 잠이 들었습니다. 졸려서 칭얼거린 것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어요. 40분이 넘는 시간도 아기가 잘 자주어서 수월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버스에서 내렸어요. 4월 말,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었어요. 고작 9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길을 걸어가는데, 건너편에서 유모차를 민 여성이 걸어왔어요. 제가 쓰는 유모차와 똑같은 기종이어서 눈길이 가더라구요. 저도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영등포역과 합정역에서 버스정류장을 찾느라 한참 걸어서 발이 아팠습니다. 김포에서도 10여 분을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했어요.


"어머나 교수님 아기를 데리고 오셨네요."

"아기가 죽을 먹나요? 저희 오전 간식인데 드릴까요?"

"아기는 잠깐 저희가 보고 있을게요, 실습생과 편하게 이야기 나누세요."


이곳에서도 아기를 데리고 왔다고 여러모로 배려를 해주셨어요. 실습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저희 아기를 안고 봐주셨어요. 아기를 정말 예뻐하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방문했던 어린이집에서 나와서, 이번에는 일산으로 향했습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김포에서 일산이 제법 가까웠습니다. 


제가 탔던 버스 노선을 찍어보았어요. 개화역을 지나고, 한 번 갈아타기도 했어요. 아기를 안고 정말이지 멀리도 이동했습니다. 


일산에서도 목적지 방문을 잘 마치고 기차를 타러 왔어요. 



기차를 탈 때쯤은 정오였는데, 점심을 먹을 시간은 되지 않아서 기차역에서 와플을 사먹었어요. 아기를 안은 채로 급하게 먹었지만 맛있었어요. 밖에서 돌아다닐수록 잘 먹어야하는데... 기차며 버스를 타려다가 끼니 때를 놓치게 되네요. 

일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드디어 기차를 탔습니다. 행신에서 대전까지는 약 1시간 반이 걸렸어요. 내려오는 기차에서 막내는 좀 많이 보챘답니다. 기차는 아기가 보챌 때 안고 걸어다닐 수 있어서 안심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아기는 안고 달래도 진정이 잘 되지 않았어요. 새벽부터 돌아다닌 피로가 이제 느껴지는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기가 짠했습니다. 어찌저찌 달래서 무사히 대전까지 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기와 함께 한 두 번째 출장도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힘들었지만 재미도 있었어요!


2023년 4월 19일

막내 4개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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