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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재비 Aug 18. 2019

Produce X 101로 살펴본 실무 인재 양성

소년들은 어떻게 Professional이 되는가? 

나의 금요일 밤을 몇 주 동안 책임 졌던 Produce X 101이 막을 내렸다. (사실 막을 내린 지 오래인데...) 주5일 빡센 노동을 마친 금요일 밤,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맥주 한 캔을 손에 움켜지고 느낄 수 있는 묘한 해방감의 기쁨과 함께 즐겨보았던 Show 프로그램이자,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2주차 부터 원픽으로 맘에 담았던 연습생은 단 한번도 데뷔조 밖으로 나가지 않은 우수한 성적으로 무사히 데뷔조에 안착했다. TV를 잘 보는 편이 아니었지만, 가능성이 높아보이고 실력이 출중해 보였던 그 소년은 꼭 꿈을 이뤄야 한다는 알지 못할 사명감이 불쑥불쑥 솟았다. 그게 팬심이라는 걸까? 훗.




Produce 시리즈는 실시간 동시 투표 시스템을 통한 시청자들이 투표를 할 수 있는 참여형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Produce X 101 시리즈는  Produce 시리즈 중 4번 째에 해당하고, 이 시리즈에서는 X 등급이라는 보도 듣도 못한 등급을 신설하면서 여러가지 긴장 요소를 늘렸다.  '미지수 X'라는 부분을 통해 제작진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구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실력 불충분으로 탈락 되어야 마땅하나 특별 교육을 통해 실력을 끌어올려준 등급은 X등급이라고 불렀다, 현장에서 투표 결과가 아닌, 누적 등수로 선발하는 데뷔조에게도 X 멤버라는 표현을 썼고, 2개 이상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ex. 보컬과 댄스) 대신 가산점을 받아가는 포지션을 X 포지션 이라고 부르는 등, '미지수X'라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컨셉을 이 곳 저 곳 묘하게 뿌려 놓았다. 제작진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예년의 시리즈와 다르게 프로그램의 순위가 매회차 오락가락 하며, 손에 땀을 쥐는 긴장을 선사했다. 


그러더니, 프로그램이 종영된 지금은 검찰이 뜨고야 말았다. 


https://risingspiral.tistory.com/154




무한한 가능성의 X, 새로운 변화를 위한 X


교육으로 밥 벌어 먹는 나 자신의 영혼은 미처 퇴근을 하지 못했는지, 금요일 밤의 오락거리에서도 시사점을 찾고 있었다.  실제로 내가 진행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경쟁의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는 점, 다양한 측면을 통해 우수인재를 선발하고, 그들에게 깊은 경험을 선사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Produce X와 닮은 점이 많다. 더군다나 우리 교육 프로그램도 나름 시리즈물이었다. (어쩌면 내가 하고 있는 교육도, 시대적 산물의 기획일 지도 몰라!) 그러니 나는 연구가 필요했다.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것 자체도 이제는 꽤나 오래되었다. 실제로,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오디션 프로그램은 내가 초등학생 시절에 방영되었던 것인데, 선예나 조권과 같은 그 시절 사람들은 이제 아이돌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Produce 시리즈도 벌써 4번째 시리즈이니, 꽤 오랫동안 안방을 지켜온 만큼, 사람들의 달라진 취향과 시대상을 반영해야 했을 터이다. 


요즘 사람들은 뭘 좋아하려나..?  어떤 점에서 도전 의식을 갖고, 어떤 점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려나..? 소프트웨어, 첨단 기술의 판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지만, 엔터테인먼트는 아마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았을 것이다. 




Produce X 101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인재 양성' 



무엇을 '준비된 인재'로 볼 것인가? 


"준비된 idol =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엔터테이너" 


오디션은 기본적으로 '잘 하는' 사람을 추려내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근래의 오디션 프로그램일수록 스토리텔링에서 두드러진다. 손만 뻗으면 꿈에 닿을 것 같은 치명적이고 아찔한 재능. 주위의 경쟁자가 드글드글한 상황에서도 연습생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이나, 갈등을 풀어내는 모습을 상세히 묘사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 쇼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능을 분석적으로 파 헤치기 보다는 사람을 키워내는 모습 자체에 집중하여 스토리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에, 당장에 잘 하는 요소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찐한 포커스를 둔다. 대중은 지금은 당장 완벽한 모습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극복할 수 있는 시련을 극복해 내길 응원하고, 실력과 노력을 겸비한 사람이 최종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원한다. 


 대국민 오디션이라고 할 만한 슈퍼스타K는 꿈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휴먼 스토리를 비추었다. 허각이나 폴포츠처럼 가수라는 꿈을 한 켠에 두고 생업에 종사했던 이야기, 병을 갖고 있었던 울랄라세션의 도전도 많은 사람들을 눈물 흘리게 했다. 슈퍼스타K 시절에 시청자를 1초 더 머물게 했던 것은 실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들의 무대를 짧게 보여준 후에, 이 참여자들의 슬프거나 짠한, 또는 놀라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주는 부분에서 뜸을 들였던 것이다. 최근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일수록, 연습생 개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 때 처럼 부각하지 않는다. 어린 아이돌을 뽑기 때문에, 큰 스토리가 없을 수도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 이번 시즌만 해도 스토리로 풀 만한 사람은 무궁무진한 편이다. 보육원에서 자라는 등 힘든 과거가 있었던 연습생의 이야기, 이른바 중고 연습생이라고 불리는 연습생들의 데뷔 스토리와 고생 스토리도 좀 더 풀어낼 수 있었을텐데...눈물을 짜내는 신파극도 개인의 배경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퍼포먼스 실력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이들의 실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프로그램이 시작하자마자 진행되는 소속사 평가에서 새로 만들어진 X 등급은 이 부분에서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실력이 부진한 그룹을 이전에는 어그로를 끄는 용도로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X 그룹이라는 그룹으로 묶어서 별도의 친절한 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이들을 키워주겠다는 느낌의 시그널을 ㅇ곳 저곳에 뿌려주었다. 실제로 카메라도 이들을 더 많이 조망했고(덕분에 A등급인데도 카메라 한 번 받지 못했다고, 연습생의 부모가 1인 시위를 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걔 중엔 데뷔 멤버에 포함된 사람도 생겼다. 


멈춰진 지점, 단면에서의 실력을 살펴보는 게 아니라, 시련을 극복해나가는 모습.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이 '준비된 인재'의 핵심이 되어 가고 있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직업에서는,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정말로 어렵다. 단면에서 특정 사람의 능력을 보는 것으로는 도저히 한 사람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매번 새로운 과제, 거기에서 랜덤으로 주어지게 될 시련의 요소는 show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인재를 알아본다는 측면에서도 꽤나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공채를 없애고, 채용 전제형 인턴제도나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소프트 스킬의 강조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자, 대중의 뭇매를 맞는다 


네티즌이라는 수백만 명의 배심원 앞에 연습생의 프로필이 낯낯이 공개되면서, 인성의 문제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과오를 숨길 수가 없다. '학폭'의 과오가 있다던가, 버닝썬과 같은 클럽의 죽돌이로 의심 받아 중도하차하였다. 또한, 실력이 아무리 좋더라도, 포지션 평가와 콘셉곡 평가 등에서 '팀 활동'에 불협화음을 만드는 사람은 시청자에게 바로 대중의 뭇매를 맞는다. 다음 단계로 통과하고 싶은 마음에 과한 욕심을 내거나, 소심하게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 단계에서 하락세를 겪게 된다. 잘생겨서, 노래를 잘해서 반짝 주목을 받았다가 몇 단계를 거치면서 그 인기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결국 최종 선발 멤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팀워크를 통해 살펴보기 좋은 것은 '같이 일을 할 만한 사람인가? ' '함께 있을 때 시너지를 내는 사람인가?'라는 부분일 것이다. 아이돌은 춤, 노래, 랩 등이 포함된 종합 무대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궁극의 감동을 선사해야 하는 직업이다. 개개인의 창의성과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칼군무와 같은 극도의 팀워크가 감동을 준다. 어떻게든 한 팀이 구성되지만, 그들은 모두 제각각 다른 사람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비슷한 꿈을 꾸고 지냈을 사람들도 아주 다른 배경과 아주 다른 목표, 또 다른 실력치와 강점/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부딪히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한다. 누군가는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빠른 템포의 편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악기 연주 실력 만이 이 편곡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멤버가 있는가 하면, 그냥 그 사람의 절박함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그저 견뎌주는 사람도 있다. 또는 못 견디고 서로에게 소리르 지르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팀이 필요하다.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힘을 합쳐서 으랏차라 하기에도 무척 바쁠 것이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서로의 다른 점들을 조율하고 타인의 의도와 문제 해결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데 할애되는 시간이 곧 업무의 8할이다. 그리고, 좋은 조합과 좋은 사람들은 이 일을 코 풀듯이 아주 쉽게 해 내지만, 세상에는 팀에 절대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존재하는 법이다. 


 '소프트 스킬'이란, 자신의 업무적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주변 사람과 소통하고 자신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능력. 말 주변에서 부터, 때로는 처세술이나 인성 같은 것도 포함할 수 있는 개념이다. 노래 한 소절만, 춤 한 구절만 보아도 실력 차이가 분명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이런 소프트 스킬은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팀 활동을 하면, 소프트스킬이 낯낯이 드러난다. 실력이 훌륭한 사람도 이 단계에서는 '모난정'이 되기가 쉬운데, 인재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된 만큼, 그 실력을 돋보이게 하거나 최소 깎아먹지 않는 소프트 스킬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고 있다.



융합의 능력 


"여러 재주를 잘 섞을 수 있는 사람이 패를 쥔다 


보컬, 랩, 댄스 등으로 나뉘어서 진행되는 포지션 평가에서 'X 포지션'이 추가되었다. 댄스와 랩, 댄스와 보컬 처럼 2가지의융합적인 포지션을 수행한 사람에게 엄청난 베네핏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만큼 실패의 확률도 높았고, 실제로 이 포지션을 수행한 연습생은 눈물을 보일 지경이었다(ㅋㅋㅋ). 융합은 어렵다. 그만큼 확실하게 대우를 받는다. X 포지션을 완벽하게 수행한 연습생은 코치단과 대중의 응원을 받으며 20위권 근처에서 2위로 엄청난 순위 상승을 해 내었다. 


 개발을 아는 기획자, 기획을 아는 개발자, 디자인을 할 줄 아는 마케터, 사업을 이해하는 엔지니어, 마케팅을 이해하는 HR. 최근 우리가 부르짓는 인재의 모습이다. 이런 사람들은 1+1의 경제효과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계산할 수 없는 경제 효과를 가져오는 인재다. 물론, 사회적인 보상은 사실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어줍잖게 이것저것 건드는 사람도 의외로 많고, 융합에 도전해 보겠다고 2개의 영역을 열심히 파보는 사람이 드물기도 하다. 2개의 포지션을 잘 수행한 사람에겐 확실한 베네핏을.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파멸을 주기로 결심해 보이는 이번 Produce X 101 의 기획이, 나는 우리 현실 회사 생활을 반영한 것 같아 약간 웃펐다. 


 가장 웃펐던 것은, 그래도 도전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해 내었는데, 그것을 도전할까 말까 갈등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난 베네핏에 혹 해서, 그 패를 고민했지만, 막상 손에 그 패를 담아보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걔 중에 가장 천진무구한 사람들만이 아주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그 패를 쥐었고, 아주 많이 고생했고 달콤한 성공의 열매를 따 먹었다. 그들은 눈에 띄는 인재임은 확실했다. 융합적 능력은 인재의 '의외성'을 만든다. 아니 이 사람은 마케팅을 하는 줄 알았는데, 디자인도 볼 줄 알았다니? 랩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춤도 잘 췄잖아? 





 물론 미지수의 X와 같은 것은 쇼를 위한 재미의 요소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이 쇼를 보는 내내 아이돌을 공개적으로 키워내는 방법이 인재 양성 방법과 매우 닮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아이돌은 선례가 없는 직업이다. 대중 유행의 변화가 빠른 만큼, 새로운 끼와 재능을 보여주는 사람으로 빠르게 대체된다. 빠르게 새로운 기술이 이전 기술을 대체하는 IT 기술 영역의 판도, 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닮은 교육이 몇 개 있다.  내가 맡아 진행하고 있는 부스트캠프도 그런 교육 중 하나이다. 


속도가 빠른 곳에서는, 대학과 같은 정식 교육기관의 속도가 많이 느리다. 이런 곳에서는 '실무'에서 직접 교육의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고, 실무에게도 이는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10년 안에 기업은 인재 양성과 고등 교육에 완전하게 진출하게 될 것이고, 그들이 인재를 키우는 방법 중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가 큰 방법은 Prodcue X 101과 많이 닮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참 재미있게 이 프로그램을 시청했고, 그 재미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혹자는, 요즘은 직업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가수가 되겠다고 (또는 취직하겠다고) 저렇게 배워야 하는게 너무 불쌍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달리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기에 침묵했지만, 저런 방법에도 장점은 있을 것이다. 


소년들은 저렇게 빠른 시간에 모두 Professional이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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