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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Apr 05. 2020

달과 한잔


밤의 중천에 걸린 반달

조금 기울이면 잔이 될 것 같은 자태

막걸리 한 사발 조용히 위로 올리면

나누다 만 생이

탁주가 되어 달빛 아래 물결치네


어쩌나 삶이 그렇다 해도

한사코 거절하는 반달

내 생을 덜어내라 하네


함께 들어간 잔이거늘

어찌 혼자 나오느냐 물으니

이미 혼자 남아있다 하네


씁쓸히 기울여 반을 덜어내고 나서야

맑음이 청주와 같지 않느냐 웃으며

비로소 잔을 들이켜니

탁한 생이, 빈 잔이 서러웁네



<달과 한잔>, 이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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