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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범준 Oct 30. 2022

노화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구PD칼럼

저는 올해로 만 쉰한 살입니다. 그래도 토요일 아침마다 농구를 합니다. 풀코트 경기로 40분가량 뜁니다. 득점도 제법 합니다. 팀 내 최고령자이지만 득점 순위로도 2~3위는 합니다. (만 50세 이상의 선수가 득점을 할 경우는 1점을 보너스로 더 주거든요^^) 한 번은 가벼운 허리 통증으로 정형외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요, 의사는 나이 쉰 넘어 무슨 농구냐고, 크게 다치기 전에 당장 그만두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이라고 협박성 조언을 했습니다. 그래서 농구를 그만뒀냐고요? 아니요, 사실 저는 여전히 농구를 합니다. 그것도 한 주 내내 농구하는 토요일 아침만 기다리며 삽니다.


나이 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나이 들수록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 나이 들수록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나이 들수록 삶의 범위는 좁아진다? 이렇듯 나이 드는 것과 관련된 대부분의 생각은 부정적입니다. 그런데요 이런 생각은 사실일까요? 미국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심리학자 앨런 랭어 교수는 사실이 아니라고 답합니다. 앨런 랭어 교수팀이 1979년에 진행한 ‘시간 거꾸로 돌리기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노화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착각에 가까웠습니다.


앨런 랭어 교수의 연구팀은 무료 추억 여행을 함께 할 사람들을 모집합니다. 참가자로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남성 8명이 모였고, 이들은 시골의 한 수도원에서 일주일간 함께 생활을 시작합니다. 단 규칙이 있습니다. 1979년 현재를 20년 전인 1959년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것처럼요. 집안 환경도 20년 전 모습으로 꾸미고, 신문과 방송도 모두 20년 전의 것들로 채워놓았습니다. 거기에 설거지나 청소 등 모든 집안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규칙도 더해졌습니다. 일주일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실험 종료 뒤에 참가 노인들의 신체 능력을 검사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몸도 가누기 힘들었던 노인들의 신체 능력이 50대의 수준으로 젊어졌기 때문입니다.


앨런 랭어 교수는 <늙는다는 착각>이란 책에서 실험의 결론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살면 필연적으로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에 의식을 집중하면 우리는 노화를 착각으로 만들 수 있고, 그 착각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세바시 강연이 앨런 랭어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정김경숙 강연자는 구글 본사에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3년 전만 해도 구글 코리아에서 홍보 담당자로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전 세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모이는 콘퍼런스에서 본사에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하고 총괄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아이디어에 동의한 구글 본사 임원진은 그 새로운 자리를 그녀에게 제안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그저 의견을 낸 것뿐인데, 그 일을 직접 하라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나이는 이미 쉰을 넘겼습니다. 새로운 일을 맡기에는 부담스러운 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학파도 아니어서 영어 실력도 평범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살아야 하는 것이니, 제안을 받고 두려움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정김경숙 강연자는 자신의 가능성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딱 두 가지 힘만 기르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체력과 학습력입니다. 정김경숙 강연자는 결국 지난 3년 구글 본사에서 디렉터 커리어를 훌륭하게 수행했고, 그 와중에 책까지 출간하고 세바시 강연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나이 탓하며 거절했다면 절대 만들어지지 않을 현실이었습니다.   

세바시 강연 | 정김경숙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쉰 살 실리콘밸리 디렉터의 커리어 확장법'

저는 매일 새벽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합니다. 더 건강하고 탄탄한 몸매를 위해서 하는 운동은 아닙니다. 오직 토요일 새벽 농구를 즐기기 위해서 하는 운동입니다. 나이 쉰을 넘긴 사람에게 농구는 다소 과격한 운동입니다. 그래서 농구에 필요한 부위의 근육 운동만 합니다. 그러면 더 오래 농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고 도인처럼 지내는 것이 결코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나이 들수록 오히려 하고 싶은 것에 더 매달려야 합니다. 내 안의 욕구를 삶의 가능성으로 삼고 도전해보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노화라는 착각에서 구할 최고의 방법입니다.

- 구범준 세바시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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