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12월호 칼럼
해마다 마지막 달에는 설렘과 후회라는 상반된 감정이 함께합니다. 연말에는 성탄과 송년회 등 즐거운 모임도 많고, 묵은해를 보내고 곧 새해를 맞는다는 생각에 기분이 설렙니다. 마치 여행을 앞두고 짐을 싸는 기분이랄까요? 반면에 한 해를 결심하고 계획한 만큼 살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생깁니다. 바쁘게 살았지만 돌아보면 달라진 것은 없고, 계획했다가 엎어진 일들만 기억에 가득합니다.
연말마다 느끼는 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은 나이 들수록 하나의 감정으로 수렴합니다. 설렘은 희미해지고 후회와 자책감만 커집니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더 짧아졌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부터 해가 바뀌는 게 달갑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새해를 맞는 설렘보다, 또 한 해를 소비했다는 안타까움이 더 큽니다. 게다가 이룬 것도 없고, 달라진 것도 없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여름 더위에 사라진 지 오래고, 뭘 새롭게 해보기로 결심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보통 자기를 탓합니다. ‘내가 조금 더 부지런했다면’, ‘내가 조금 더 의지를 발휘했다면’. 부질없는 가정은 연말을 더 우울하게 만들고 맙니다. 바로 그때 우리 자신에게 꼭 들려줘야 할 말이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윤대현 강연자는 세바시 클래스에서 좌절한 친구를 위로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어려움 속에 고통받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태도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친절입니다. 물론 고통을 호소하는 친구에게 퉁명스럽게 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따뜻하게 상냥하게 친구에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둘째는 이해입니다. 심리용어로 ‘공통된 인간성’에 대한 이해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누구의 삶이든, 인생살이에는 굴곡이 있다는 뜻입니다. 어려워하는 친구에게 그것을 이해시키는 것입니다. 인생이 어렵고 힘든 원인이 친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는 원래 그런 면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셋째는 격려입니다. 격려는 응원과는 다릅니다. 무작정 외치는’ 화이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격려는 긍정과 희망을 북돋우는 말입니다. 긍정을 통해 용기를 얻고, 결국 스스로 힘을 내는 말이 격려입니다.
좌절한 친구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설명한 뒤에, 윤대현 강연자는 질문합니다. “그런데요, 만약 어렵고 힘든 이가 친구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리는 힘들어하는 타인을 위로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자신을 위로하는 것은 서툴기만 합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더 엄격하지요. 내 잘못을 탓하고, 내 미숙함을 비난합니다. 내가 힘들 때 나를 위로하는 방법도 같습니다. 친절하게, 삶의 속성을 이해하면서, 스스로 격려하듯, 이 세 가지 태도를 모두 담아서, 우리 자신에게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마음속 지옥이 있습니다. 심리기획자 이명수 강연자는 세바시에서 마음의 지옥에서 벗어나는 법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과도한 자기 탓하기를 멈추는 것입니다. 저마다 자기에 맞는 삶의 속도가 있습니다. 마음속 지옥은 내 삶의 속도를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민달팽이를 느리다고 비난할 수 없습니다.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는 치타를 너무 빠르다고 탓할 순 없습니다. 이명수 강연자는 ‘자기 속도로 가는 모든 것은 언제나 옳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내 삶의 속도를 인정하고 자기 공감과 지지를 곧게 세우는 것만이 마음속 지옥에서 벗어나는 가장 완벽한 방법입니다. 이 방법대로 우리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줘야 합니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때 | 이명수 심리기획자의 세바시 강연
벌써 올해 마지막 달입니다. 혹시 연말연시 설렘보다는 이루지 못한 것과 얻지 못한 것들 때문에 후회하고 자책하는 분들이 있나요? 혹시 나이 듦 때문에 연말마다 우울감이 드시는 분들이 있나요? 혹시 인생살이 어렵고 힘든 이유를 내 탓으로 돌리며 마음속에 지옥을 품고 사는 분들이 있나요? 그렇다면 따뜻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속삭여 주세요.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다가올 새해에 우리, 다시 결심하고 다시 계획해야 하잖아요.
- 구범준 세바시 대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