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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명희 Oct 03. 2023

프리에이전트의 동료 커뮤니티

일상 속 연대와 협력

일상 업무를 하는 단위가 ‘혼자’ 된 지 오래다.  하루 중 밥 먹는 시간, 일하는 시간 오롯이 내가 정하고, 컨디션 안 좋으면 쉴 수도 있다. 누군가는 마리 자유로워서 좋겠다.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내가 잘하고 있나,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매번 종종거리게 되는 나. 내 앞에 딱 떨어진 일은 내가 헤쳐내도,  내가 진정 자유롭기 위해서는 내가 못하는 것을 잘 간파하고 솔직히 집어 말해줄 사람들, 잘하는 것은 관심 있게 살펴 잘하고 있다고 계속해보라고 용기 줄 사람들, 왠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곁눈질 할 사람들, 동료가 필요했다. 지난 5년, 그동안 헤아려 보니 5개의 커뮤니티에 시간과 마음을 쓰고 함께 하고 있다.  그 중 내가 하는 일과 관심 있는 분야의 활동을 더 잘하고 싶어 함께하게 된 커뮤니티 3개의 시작, 운영방식, 특징을 소개한다. 뭔가 열심히는 하고는 있는데 왠지 고독한 사람, 함께 성장하고, 다독여 줄 ‘동료 커뮤니티’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1. 평가재미나

2020년, 개발협력 평가 관련 일을 하다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하는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커뮤니티. 주축이 되는 여사라 선생님이 병원에 입원해서 오랜만에 가사와 육아에서 벗어나 지인과 이야기하다 결성된 모임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사라샘이 박사를 시작할 즈음 함께 공부하고, 고된 박사과정 페이스 메이킹 하는 동료 연구자들을 위해서 시작한 모임이다.  나는 2022년에 개발협력사업 평가를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뒤적이다 온라인에서 평가재미나 컨퍼런스를 듣고, 평가재미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컨퍼런스 얼마 후 평가스터디 페이스북 그룹에 평가재미나 멤버 충원 공지가 올라와 지원했다. 주경야독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평일 점심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가입하게 된 큰 계기다. 이제 함께 한 지 1년 반 정도 되었다.


주요 활동은 격주 정오에 한 시간가량 돌아가며 발제를 하고 질문하는 시간이다. 각자 자기가 연구하고 있는 주제에 대한 발표를 하는데, 보건 분야 선생님들이 많으시지만, 교육, 개발경제 등 다양한 자기 분야의 전문가분들도 계셔서, 격주 세미나는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세미나에서는 주로 본인이 했던 연구에서 방법론을 설명하기도 하고, 자신이 관심 갖는 주제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공부한 내용들도 이야기한다.  서로 속도 대로 참여하고, 그 안에서 자기 몫의 발제를 맡거나 행사를 준비하거나, 쉴새 없이 흥미로운 질문을 챗방에 던지거나 한다. 나는 새로운 앎을 탐구해서 논문을 써내는 연구자는 아니기에, 작업하고 있는 보고서나 컨설팅에 도움 되는 방법론을  재미나로부터 알게 되면 내가 하는 일에 적용해 보는 방식으로 재미나 스터디를 활용한다. 또 박사의 연구과정을 함께 살피고 어떻게 연구의 엄격함을 갖추는지 배우기도 한다. 재미나를 통해 멤버들은 무거운 과제 없이 1년의 한두 번 자기 분야 발제를 하면서 내가 해온 일도 정리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연구나, 일 내용을 듣고 공부할 수 있다. 나는 내가 했던 KOICA 사업 종료평가 이야기, 개발협력에서의 사회적연대경제 적용을 발표했었다. 나처럼 2주에 한 번 메인 세미나만 가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이런저런 방에서 공부로 또는 수다로 따로 모여 이야기를 한다.  혼합연구방법론, 계량연구 등 메인 텍스트북을 중심으로 챕터씩 읽고 공부하는 방, 정신적으로 힘든 박사과정에 매일 아침 각자 할 일을 포스팅하고 서로 의지를 북돋아 주는 방, 수다방 등이 있다. 재미나 안에서 모든 호칭은 선생님(Sam), 박사과정생이든, 박사든, 안(not) 박사든 상관없이 동등한 구조를 이루고 원하는 만큼 다가가서 참여한다.


재미나의 특징은 글로벌. 서울 살면서도 한 번도 안 만나는 사람이 많은데, 해외에서 들어오는 사람, 해외에서 계시는 분 만나는 특별함을 핑계로 오프 만남이 종종 생긴다는 것. 꽤 추억이 된다. 나의 경우, 재미나 초기에 과테말라에서 노진경 선생님을 만났었는데, 몇 번 온라인에서 뵈었다고 출장지에서 뵈니 어찌나 반갑던지. 또 온라인 모임이기에 아직도 멤버들 실물 영접을 다 못했는데, 개발협력학회(KAIDEC)에서 멤버들을 우루루 만났을 때는 멀리서도 딱 누가 누구인지 알겠고, 너무 든든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어 어차피 늘 누군가에겐 한밤중이거나 꼭두새벽이기에 카톡에서 시간대 상관없이 서로 돈독하게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도 왠지 외롭지 않은 마음이다. 또 LA에 레이오버 하면 가보면 좋을 곳을 추천받는 다든지, 이스탄불에서 시간 뜰 땐 뭘 하면 좋을까, 르완다 키갈리 맛집, 요르단 낙타관광 추천 등 진지한 공부 이외에도  각국에 중단기로 돌아다니면서, 혹은 중장기 거주하면서 생기는 로컬 정보와 잠시 들러보면 좋을 곳(sweet spot)에 대해 준로컬 수준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생각지 못한 즐거움이다. 마지막으로, 재미나는 1년에 한 번은 평가재미나 컨퍼런스를 통해 그동안 발제에서 배운 것들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한다.  이 날 만큼은 개발협력 평가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 50-100명 사이 모여서 발제를 듣고 이야기한다. 이때 재미나 인지도가 높아지고, 또 더 많은 사람들이 재미나 가입을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앞서 이야기했듯 나도 이 기회로 재미나를 알게 되었고, 나도 재미나!고 싶어 가입하게 되었다.) 재미나는 더 나은 평가에 대해서 한 마음인 모임이다. 나에게는 외부 지원 없이도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게 되고, 또 구성원에게만이 아니라, 공적(사회적)으로도 기여하는 모임이란 어떤 모임일까 하면, 재미나가 먼저 떠오른다.   



2. 디넷

KOICA-지구촌나눔운동 NGO 길라잡이 페루편에 사회적경제 파트를 집필했었다. 매사 투명지갑 같은 나는, 함께 출장 가게 되면 물어보는 족족 내 얘기를 많이 하는데, 어쩌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팀 리더였던 혜경님이 개발협력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책 읽기 모임을 하고 있는데 관심 있으면 초대해 주시겠다고 했다.  그때 만해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책모임이 없었기 때문에 저도 기회 오픈되면 함께 하게 해 주세요! 했다. 그래서 들어가게 된 모임 디넷, 시작은 10년이 다되어가는 것 같은데 나는 2019년 가을부터 함께했다. 디넷(Development Network) 실무자 모임의 형성 계기는 개발협력분야에서 일하시면서 각기 다른 조직에 있지만, 미들(middle) 급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정보교류, 서로 성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현재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김혜경님이 처음 만드신 모임이다. 디넷 클래식이라는 (아마 50대 이상이지 싶은) 시니어 모임도 있다. 디넷에는 개발협력 실무자, 개발협력업계를 떠났으나 여전히 더 나은 세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


디넷은 1년에 2학기제로 학기마다 소액의 회비를 걷으면서 모임 참여의사를 가볍게 확인한다. 공개 멤버 모집은 없고, 멤버 충원이 필요하면 멤버추천으로 초대를 드린다. 몇 년에 한 번 아예 나간다고 나간 멤버도 있지만(이제껏 1명), 쉴 사람들은 쉬었다 돌아오는 느슨한 구조다. 호칭은 누구나 님(Nim)이다.  만나면 엄청 재미있고 유익한데, 한참 일하는 실무자들이라 만나기가 힘들고, 코로나19라는 악재도 있었다. (을지로입구역에 있는 아크앤북스에서 주로 모였는데, 우리가 그 서점이 코로나19로 쇠하다가 마지막에 폐점하게 된 것까지 리얼하게 봤다.) 오프모임이었는데, 이때부터 온라인 운영으로 자리 잡아 지방으로, 해외로 간 멤버들을 고려해 온라인이 메인이 되고, 오프모임을 간헐적으로 하게 되었다. 모임이 해를 거듭해 가면서 주요 참여멤버가 안정되자 모임에서 시니어셨던 혜경님과 선미님이 디넷클래식에 집중하시기로 하고, 운영진을 다시 꾸려서 모임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모임을 통해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누는 데도 책 읽기가 힘들어선 지 참여가 저조할 때가 많았다. 한 달 안에 제법 무게감 있는 책을 못 읽어 낼 경우가 종종 있는데, 미안하니까 책 안 읽었다는 말도 못 하고, 온라인으로 모임 하면 더 담백하게 본론만 이야기하게 마련인데 책 안 읽고 모임 참여하기는 그렇고…, 어느 날 온라인 모임에는 2-3명뿐인 날도 있었다.  책 보다 더 가볍게 나눌 수 있는 영화나,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팀별로 묶어서 발제하는 것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모임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1년에 한 번씩은 함께 모여 고민한 것 같다. 나는 한 학기 부반장이었는데, 어느 연말 모임에 나가서, 디넷이 삶에 우선순위가 아니어서 참여가 저조한 것 아니냐라고 무심히 말했는데, 이게 엄청 충격 발언이었는지, 멤버들이 입을 모아 엄청 디넷의 소중함을 이야기해서 깜짝 놀랐다. 분명 눈에 보이는 카톡수는 한 달에 전체 10개인가, 늘 운영진만 기본적인 것들 이야기하고 그랬는데, 이렇게 다들 찐으로 디넷을 생각하시다니…  참 사람은 다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도 커뮤니티마다 성격이 참 다르다.


디넷에 함께한 지 4년 차, 여전히 카톡에 말은 별로 없고. 아직도 페이스북에 사진 올려도 돼요? 묻는 마리 같은 사람은 한 명이고, 조용히 오가며 성실 참여로 몫을 다하는 멤버들이 대다수, 모임 운영의 전반을 맡고 있는 반장, 부반장님이 있다. 함께 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내가 아는 SNS 계정은 3명 정도, 그나마도 거의 안 하신다. 평가재미나나 워크보트의 멤버들과 대부분 SNS 친구인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 디넷의 저(low) 외향성을 보고, 나는 디넷은 이제 사그라드는 커뮤니티인가?! 의심하며, 디넷 멤버들의 우선순위 운운했던 것이다. 디넷은 그 이후로도 자분자분 제 페이스로 흘러간다. 나는 디넷과 함께 세월을 보내면서, 각자 다른 이야기 해도 어떤 맥락에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고, 개발협력 책이 아니어도 서로 맞네맞네 같은 결로 박수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사회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달마다 함께 읽으면서, 개발협력이 우리나라 바깥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면서,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 발 딛고 있는 곳의 다양한 사회변화 필요에도 생각을 갖게 되었다.


보너스! 2023 디넷에서 함께하고 있는 보석 같은 컨텐츠 리스트 공개.

4월- 영화 'The Swimmers’

5월- 알린스키, 변화의 정치학

6월- 나의 덴마크 선생님

7월-  자유로서의 발전

9월-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10월- 불평등의 킬링필드

11월- 탄소로운 식탁



3. 워크보트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고, 내가 세상을 더 낫게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고, 그래서 소셜 섹터에서 일하는구나를 자각하게 되었다. 영화 초반에 블랙위도우의 동료 잃은 상실감을 보고 어찌나 감정이입이 되던지, 엄청 울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일을 나름 히어로의 역할로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고(어머나!), 히어로라도 한 명이 아닌 여럿이 뭉쳐야 세상을 타노스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사전에 연대와 협력은 귀찮기 그지없었지만, 글로라도 배워보기 위해서 내가 주축이 되어 만든 커뮤니티 워크보트. 워크보트의 주제를 묶자면, 사회혁신/소셜섹터의 연대와 협력 정도 된다.


2020년 봄 첫 출항을 시작한 워크보트는 매 출항 전에 멤버들의 의견을 모아 SNS에 승선모집 공고를 내고, 신규선원을 받는다. 출항기간은 3개월, 그 기간 동안 각자 매달 한 편씩 글을 내고 서로 합평한다. 그리고는 2-3개월 정박, 다시 출항을 반복해 현재 5차 출항 중이다. 멤버들은 별명을 부르고,  3차 출항서부터는 평어를 쓰기 시작했다. 동등함을 엄청 따지는 나는 나한테 반말하는 것도, 내가 반말하는 것도 엄청 별로여 했었는데, 워크보트에서 글로 그리고 행동으로 평어를 쓰기 시작하고, 언어의 형식에 전보다 덜 얽매이게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 한 달에 한 번 평일에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점심 먹고 합평하는 구조로 생각했고, 합평할 때마다 연대와 협력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이 차곡차곡 쌓일 줄 알았다. 금요일 오후를 주장한 이유는 그만큼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함께 했으면 했고, 금요일 오후의 설레고, 풀어진 마음으로 모임에 왔으면 해서였다. 그러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 어디 내 마음 같을 까. 그 조건을 엄격하게 따져 사람들을 모았는데,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던 들어온 사람들의 상황이 변화하면서 워크보트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1차 출항부터 영은 필리핀에서 온라인으로 들어오면 안 되냐고 했고, 2차 출항에는 세상 자유롭게 살 거라는 원년멤버 지니는 재단 대표로 가고, 최지는 매번 합평 때문에 휴가 내는 어려움이 있었고, 3차 출항에는 내가 완도에 가서 살고, 새로운 멤버가 제주에서 채워졌다. 등등등 점점점. 멤버 모두 한 배에 타기위해 정해놓은 규칙이 변화해야 할 이유는 매 번 생겼다. 급기야 3차 출항부터는 제주, 완도, 필리핀 마닐라, 서울을 이은 온라인 모임으로 전환하고, 한 번의 출항(3개월)에서 딱 한 번만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놀았다. 그야말로 MT(membership training). 3차 출항에는 제주에서 2박, 4차 출항에는 서울에서 1박을 했는데, 첫 MT후 멤버들에게 느꼈던 사랑이 지금도 또 떠오른다.


예상했던 연대협력 솔루션은 많이 쌓았을까. 연대와 협력을 주제로 한 글의 합평을 이어가면 갈수록, 연대와 협력이 어떤 한 방(one shot one kill)의 솔루션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는 것만 명확해졌다. 워크보트를 통해서, 커뮤니티나 느슨한 협력, 연대에 대해 그냥 경험으로 지나가거나, 느끼게 된 감정을 쫀쫀히 살펴보게 되었다. 사람이 모이고 함께하고, 시너지를 내는 과정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글로 정리하면서, 그야말로 커뮤니티 빌딩에서의 연대와 협력을 다양한 감각으로 체득, 학습할 수 있었다. 5번의 출항 하선을 목 전에 두고 있는 지금, 2년 반의 시간 동안 정박기간을 제외하고 15개월 승선 동안 매월 글을 꼬박 토해내도록 해 60여 편의 글이 브런치에 쌓였다. 꼬박 한 달에 한 번씩 글을 쓰면서 생각만으로는 엄청 탁월할 것 같던 내 생각을 글로 내려놓을 때, 얼마나 내 한계-본전이 보이는지를 깨달았다.  멤버들의 합평을 거쳐 글이 다시 수정되고, 갈팡질팡 끝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이 고되었으나, 다시 태어난 글을 보면 내가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이런 문장으로 내려놓았었나 싶게 뿌듯하기도 하다.




위의 세 개의 커뮤니티는 내가 하는 일과 연결해 찾거나, 만든 커뮤니티다. 이 셋을 정리하고 보니 ’동료 커뮤니티‘ 라는 이름이 저절로 떠올랐다. 일과 삶의 성장을 고민하는 고독한 프리에이전트들에게 자신에게 맞는 동료 커뮤니티를 찾는데 힌트로 이 글이 읽힌다면 좋겠다. 혹은 지금 나에게 딱 맞는 동료 커뮤니티가 없는데 동료 커뮤니티가 고프다면, 위의 동료 커뮤니티의 좋은 요소들을 잘 추려 내가 관심 있는 주제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내가 주축이 되는 모임은 부담스럽고 챙겨야 할 것도 많지만, 누구보다 그 모임을 통해 다른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되고, 돈독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또  직접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지 않으면 몰랐을  커뮤니티의 어려움을 느끼고, 어려움을 멤버들에게 공유하고 조율하며 나도 성장한다. 그러나, 멤버로 어떤 커뮤니티에 소속되고 커뮤니티를 조직한다고 해서, 내가 하루아침에 성장하거나, 전에 없던 인적 네트워크를 장착하고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또, 커뮤니티에 함께한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그 커뮤니티에 쏟는다는 이야기로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는 커뮤니티보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혼자 충분히 헤아리는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커뮤니티에 합류를 결정하기 전에 자신의 기질과 현재 상태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원하는 것 내 취향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으면서도, 내 알고리즘 밖 소식을 알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고, 더 나아져야지 다짐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게 좋다. 세상에 사람은 많지만, 내가 지금 관심 있고, 잘하고 싶은 분야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은 행운이자, 세상살이에 기쁨이다.  멤버들이 있기에 혼자서는 엄두 안 나던 일을 차곡차곡 해나가게 되고, 멤버들에게 면이 서기 위해 전에는 하기 어려웠던 다짐도 실행해 옮겨보고 자랑과 고마운 마음을 공유하는 나. 나에겐 대견하고, 남에겐 고마운 그 세월들에 나의 동료 커뮤니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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