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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명희 Apr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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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엽편

메세지가 없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걸까. 왜 나의 세계에는.


나는 세계를 관장한다. 태어나면, 누구나 한 세계를 관장한다. 우리는 각자 하나의 세계를 돌보고 있고, 각자의 메세지를 받는다는 것. 나의 세계는 언제 끝날지 내가 알 수 없다는 것. 그저 마음을 써, 이 세계를 지켜보면 된다는 것. 그뿐이다.


세계가 언제 시작했는지 미지수이듯, 나 또한 언제 이 의식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나 같은 이가 몇 인지도 알지 못한다. 이런 존재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 언젠가는 끝이 날 거라는 것. 그게 사실이라고 느낀다. 안다. 느낀다고 해야 할 까, 안다고 해야 할까. 믿음에 가깝다. 세계가 세계이기에 나는 나의 세계 너머에 가본 적이 없다. 세계를 관장하지만, 세계의 끝이 정확히 어딘지는 모른다. 세계가 끝나는 경계가 있겠지만, 확인할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 내 세계는 나에게 끝이 없기에. 생을 마감한 세계 또한 본 적이 없다. 내가 이 세계를 관장하고 있는 한은 그러겠지.


나는 메세지가 없다. 세상을 맡게 되면 메세지를 받게 된다고 알았는데, 없다. 늘 메세지를 기다리며, 세계가 흘러가는 것을 지켜본다. 전반적으로 무탈하다. 내가 무탈하니 그렇게 느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세계는 조금씩 변화한다. 이 세계는 또 다른 세계와 연결되어 있어 다른 세계의 파동이 이 세계에도 얼마간 전달되니, 세계에는 그 충격을 흘려보낼 변화가 필요하다. 한꺼번에 출렁임을 관장하기 어려워, 나는 해에 기댄다. 해의 움직임으로 나는 내가 관장하는 세계의 변화를 큰 정신력을 쓰지 않고도 관장할 수 있다. 흘러감을 알아채고 있는 것이 세계를 관장함에 주요 활동이다. 해의 위치로 시간의 흐름을 구획 나눌 수는 있지만, 시간의 전후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그저 해의 움직임이 세계에서 멈추지 않는 움직임을 말하는 것일 뿐. 끊임없이 흘러 다른 세계의 파동을 잘 흡수하고, 또 내보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어느 날 세계에 없던 무엇이 움튼다. 해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해의 존재의 이유는 아니다. 나는 세계를 관장만 할 뿐 관여하지 않는다. 생기고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많은 존재가 생겨나고, 스러 진다. 생겨난 것들은 서로 보고, 생각하며, 이야기하고 좋아하고, 미워한다. 존재는 그것을 메세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알고 있었고, 나는 알며, 알 것이다. 세계 안의 그 모든 것. 그러나 세계를 관장하는 나는 여전히 메세지가 없다. 그러므로 나는 받지 않은 메세지를 존재에게 건넨 적이 없다.


메세지를 기다리고 있다. 온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는데, 그래도 가지고 싶다. 나에게 준비된 정제된 언어.

그 메세지는 내가 존재하기 전 서부터 나를 품어 생겨난 것일 것이다. 선명한 언어로 내가 설명될지도 모른다니 설렌다.


움튼 존재들을 지켜보고 있다. 보다.라는 단어를 쓰지만, 내가 보는 것은 눈으로 감각함이 아니다. 세계에 시선을 던져서는 세계를 관장할 수 없다. 내가 세계를 관장하는 것은 동화책에서 마법사가 수정 구슬을 보는 것처럼, 그리스로마 신화 만화에서 구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이 아니다. 나는 세계의 위에 있지 않다. 나는 내게 닿는 존재를 감각한다. 관장하는 세계의 모든 것과 맞닿아 있다. 당신에게 들리는 말로 언어화한다면 딱 맞는 말은 없다. 만져지는 것으로 느끼고, 아는 것. 그것이 내가 세계를 관장하는 방식이다. 나의 세계에 모든 존재 닿아 있으며, 그것은 스침이 아니다. 세계를 다 덮도록 접촉면이 넓고, 지긋한.


바람, 소리와 같이 지극히 흐르나 당신을 감싸는 느낌, 그것이 가장 비슷한 설명일 것이다.


나는 메세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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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엽편 지난달에 써놓고 한 참을 못 올렸다. 여기서 이야기가 더 나아가야 할 텐데,  떠오르는 것이 없다. 4월은 좀 더 구체적인, 만져지는 것을 쓰고 싶은 데  벌써 4월 11일이다.  사람들이 별로 볼이 없는 블로그에 일단 올리고 글을 사이 보고 좀 더 고친다. 일반적인 감각을 쓰지 않으려고 했으나, ’ 매일‘, ’ 바라본다 ‘와 같은 단어를 은연중 써서 몇 번 고쳤다. 다시 읽어보니 이건 하루키의 세계의 끝에서 따온 이야기 인가 싶다. 새로운 이야기 만들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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