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Oct 04. 2015

영혼까지 따뜻하게-Maroon Jam

손 맛을 느껴며 달라졌다

           밤 잼 작업을 이끌었던 G.Y의 손


    난 원래 밤이나 게를 잘 먹지 않는다. 나 같은 류의 사람을 종종 만나기도 할 텐데 그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나 싶을 것이다. 일련의 공통점은 얼마 안 되는 알맹이나 속을 먹자고 집중된 노력을 퍼붓고 싶지 않고, 천성적으로 그런 일이 답답해서다.


    산촌으로 이사를 와서 보니 집 주변이 온통 밤무다. 잠깐 나에게 내려진 축복을 헤아리긴 했지만 그걸 주워 무언가를 해볼 생각은 못 했다. 하지만 연휴에 두 딸이 오면서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나무에서 떨어진 밤의 실체는 시장에서 팔리는 밤과는 위험한 야생성이 다르다.


    아침나절 우리 가족은 무장을 해서 밤 줍기에 나섰다. 순식간에 풍성한 손맛을 느낀 아이들은 환호를 지르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다 '밤 잼'을 만들겠다고 선언.


    내가 그 작업에 왜 끼어들까? 생각조차 없 는 제쳐두고, 웃으며 밤 까기를 하던 식구들의 얼굴에 답답증이 어릴 즈음 작업은 끝났다. 다들 좀 쉬겠다며 거실에 퍼져버리기를 한참......


    드디어 솥에 밤을 넣고 설탕을 적당히 넣은 뒤 세 사람은 돌아가며 열심히 젓기를 해댔다. 온 집 안에 퍼지는 이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는 뭐란 말인가? 영혼까지 따뜻하게 해 주던 냄새가 인상적인 maroon jam은 나의 외면 아래 완성되었다.


    밤 까기는 싫어하지만 잘 손질된 밤 먹기는 누구보다 잘하는 나! 바싹하게 구운 베이글 빵에 연노란색 젤리 같은 밤 잼을 듬뿍 올려서 먹어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 후훗 바로 이 맛이야!


       영혼까지 따뜻해지는 maroon jam

이전 16화 서른 살 딸이 부모에게 건넨 편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