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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ul 06. 2021

정원의 아이리스 꽃, 보여드릴까요?

숨어 사는 즐거움


 '바라만 본다'의 노랫말 같은 밤 산책을 했다. 두 해 전 동유럽 곳곳을 걸었던 편한 운동화를 꺼내 신고, 통바지에 헐렁한 리넨 셔츠를 고서-

 

  검은 아스팔트 마을 로는 곧 올 무더위를 비껴갈 듯 서늘함을 안다. 집을 나서 왼쪽으로 걸으면 500년 된 천연기념물 반송이 나오지만, 오른쪽으로 향하면 이웃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나온다. 오늘은 오른쪽 길 향해서 걷고 또 걷기-


  며칠 전부터 담배밭에 눈만 내놓고 머리와 얼굴을 가린 일꾼들이 투입되더니, 노르스름 색으로 물든 아랫잎부터 따서 연초장의 다란 기계 속에서 쪄내고 있다. 잎들이 쪄지면 순식간에 손 빠른 마을 사람들이 그 잎을 서로 분리하여 가지런히 묶는 작업을 한 후 담배 회사로 가는 듯하다. 분홍색 꽃을 예쁘게 피워내는 담배꽃은 담뱃잎의 생육에 방해가 되는지 댕강댕강 잘려 나가 밭고랑에 흩어져 있다.


 제법 거리가 있는지라, 몇 번이고 힘에 부쳐 쌕쌕거리며 이웃의 배추밭 둑에도 앉기도 하고, 작대기를 내미는 J의 도움을 받아 끌리듯 집을 향해 돌아오고 있었다. 지금 마을 산은 온통 밤  향기다. 차를 타고 지나칠 땐 몰랐던 매혹적인 새로운 향이 주변을 감싼다. 나는 무슨 나무의 어떤 꽃인지를 알기 위해 어둠 속을 뚫어져라 바라다. 무슨 나무일까? 거대한 나무에서 흩어진 매혹적인 향은 누가 심은 것도 아니고, 계곡에서 오래전부터 저절로 자란 나무임에 틀림없다.


 두어 달에 걸쳐 피어나던 아이리스 꽃은 칠월에 몇몇 개의 씨앗남긴 채 자취를 감추었다. 가끔 방문하여 함께 정원을 걷고, 잡초를 뽑았거나, 커피를 마셨던 Young과 Eun의 사진들에 나의 사진을 더해 '2021 아이리스 꽃밭'을 정리해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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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 아래에서 아이리스 풍경 사진을 정리하는 지금은 푸른 수국과 원추리 옥잠화 패랭이가 한창이다. 여담이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2개의 TV 방송국 다큐멘터리에 나올 것을 제안받은 적이 있다. 감사한 일이었지만 현재까지는 '숨어 사는 즐거움'의 소중함 때문에 완곡히 거절했다. 장마 덕분에 맑아진 대기 속을 천천히 걷는 것이 좋은 칠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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