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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Dec 13. 2021

멋진 신세계와 "꽃 길만 걷자"는 말의

실상

 1932

  '멋진 신세계'에서는 어느 누구도 불행하지 않다. 굶주림과 실업, 가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질병도 없고, 전쟁도 없으며, 어디서든 청결하고 위생적이다. 예상 수명은 높고, 늙어도 표가 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고독하거나 절망을 느끼지 않고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즐겁고, 모두는 행복하며, 누구와도 서로 섹스를 하며, 모든 사람들은 모든 가능한 것들을 소비한다. 그밖에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약간의 우울함이 느껴지면 소마(Soma)라는 약을 삼킨다. 이 약은 기분을 흥분시킬 뿐 아니라 마음을 안정시키고 편안한 환각 상태를 유발한다.

-올드 헉슬리의 1923년작, [멋진 신세계] 중에서-


2021

 "지금부터 꽃 길만 걷자" 말은- 대상에게 하는 말이다.  Fighting 하며 인생 살자는 선언인지? 경제적인 토대를 구축했고, 원하는 사람과 인연을 맺어졌으니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이런 말, 믿음이 갈까?


 "어떻게 하면 꽃 길 걷는 인생일 수 있을까?" 물리적으로는, 내 걸을 길에 손수 꽃을 심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남이 만들어 놓은 꽃길 걷거나.


 

 멋진 신세계 이면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끔찍한 실상처럼 꽃 길의 이면에도 대가를 제법 치러야 한다.


  걷는 유형은 여럿이다. 무리 짓지 않으면 길을 아예 나서지 않는 사람, 타인의 약속만을 믿고 떠나는 사람, 혼자서 뚝심 있게 걷는 사람, 적지 없이 어슬렁거리다가 마는 사람, 바다 멀리 낚싯대를 던지듯, 생의 방향을 멀리 던져두고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 등등


 나는 어떻게 길을 걷고, 무엇으로 나를 채울까? 무엇으로 나의 일과 쉼의 시간을 채울까? 무엇으로 나의 가슴을 채울까 혹은 비울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까? 나는 누구와 길을 함께 걷고 싶은가?

  젊은 날 대부분의  신세계도,  길도 없다. 


 

 그랬었는데, 이제 봄, 여름, 가을  계절 동안 꽃 길을 원 없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직접 심고 가꾼 꽃 길도 처음 미미 했고, 지금에야 풍성해지는 중이다. 그럼 꽃 없는 길은 어떨까? 수북이 쌓인 낙엽 길, 나뭇잎을 다 내린 가지들이 볼만하다. 곧 이 길 위엔 눈이 쌓일 거다. 소설 '멋진 신세계'와 '누군가의 호의에 편승한 언제나 꽃 길'은 알고 보면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거두절미하고, 헉슬리의 90년 전 소설 속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책의 말미에 미친 망상가의 모습을 보이는 존의 외침을 겹쳐 생각해 볼만하다.


 "나는 신을 원하고 문학도 원해요. 진정한 위험에 처해보는 것도 원하지요."

이 말에 세계의 지배자가 대답한다.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군.

늙고 추하고 생식블능이 되는 권리는 말할 필요도 없고,

성병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없거나 이들이 들끓을 권리,

매일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를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고문을 당할 권리도 원한다는 말인가?"


"예, 난 그럴 권리를 원해요."존 새비지가 아주 오랜 침묵 후에 대답한 말이다.


 봄날 오렌지색 꽃들이 만발했고, 여름날 연보랏빛 옥잠화와, 가을 보라 국화가 한창이든 길 위엔 우람한 밤나무와 도토리나무에서 떨어진 가지와 낙엽들이 쌓여있다.


짧은 글의 내용상 '멋진 신세계의' 줄거리를 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미 책을 읽으셨다면 패스, 그렇지 못하다면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다. 지금 나의 힘으로 만들어 가는 길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더욱 확연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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