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귀향 08화

8. 삼 형제

by 박루이


“응애…”


“사모님, 아들이에요!”


“아들이야? 이런… 어여 애비 들어오라 해라.”


“사장님! 들어오시랍니다.”


문경댁이 밖을 향해 밝게 소리쳤다.


박철은 방문을 열고 헐레벌떡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산파가 그의 아들을 들어 올리고는 그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박 서방! 그 탯줄을 입으로 자르게.”


“네? 입으로 말입네까?”


“그렇네. 어서.”


그는 탯줄을 입에 물고 조심스럽게 깨물었다. 한참 씨름한 끝에 겨우 탯줄을 끊어냈다. 산파가 탯줄을 묶은 다음, 아들을 그의 손에 들려주었다. 그는 아들을 두 손에 받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수고했소…”


그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땀에 흠뻑 젖은 그의 아내는 안도의 얼굴로 아들을 쳐다보면서 눈물을 찔끔거렸다. 그녀가 내리 딸 셋을 난 후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남편은 괜찮다고 했지만, 그 말이 건성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만했다. 그가 이북에서 혈혈단신 내려온 탓에 얼마나 아들을 원했는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의 장모는 손주를 받은 기쁨에 동네잔치를 벌였다. 국밥집을 그만둔 뒤로는 처음 치르는 동네잔치였다. 돼지를 잡고 온갖 음식을 장만해서 동네 사람들을 대접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아들이란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느꼈다. 외손주이긴 하지만 그녀에겐 대를 이을 둘도 없는 손주였다. 아들을 그렇게 허무하게 잃고 난 후 대를 이을 길이 없었던 그녀는 외손주를 통해서라도 명맥을 이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박 서방. 자네 아들 앞으로 시장 건너편 포목점을 줄 생각이네.”


“장모님! 그건 너무…”


“괜찮네. 내가 잡고 있어 봐야 오래 못 갈 게야. 자네가 잘 관리했다가 손주가 크면 물려주게. 그 애는 자네 아들이기도 하지만 내 귀한 손주네.”


“그리고 문경댁을 데리고 올라가게. 애미 몸 풀 동안 밥해줄 손이 필요하지 않겠나?”


“알겠습네다.”


“애미 몸 풀고 나서도 한동안은 예서 지내게 하세나. 자네 아들이 튼튼하게 자라야 하지 않겠는가?”


그의 장모는 아예 그의 아들을 여기서 기를 작정인 듯싶었다. 그로서는 참 난감했지만 그렇다고 안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의 아들이 자라서 걷기 시작하면 그때 데려가도 좋을 거 같긴 했다.


손주는 그녀의 자랑거리였다. 그녀는 가는 곳마다 손주를 데리고 다녔다. 동네 사랑방이건, 관공서건 가리지 않았다. 그녀가 시주한 탄금대 절에도 손주를 늘 안고 다녔다. 도통 바깥구경을 안 해 본 안성댁까지 손주 수발을 위해 데리고 갔다. 몸을 푼 그녀의 딸이 계족산으로 올라간 후로는 손주에게 안성댁의 젖을 물렸다.


어느새 한 해가 지나고 손주가 제법 발걸음을 뗄 즈음, 그녀의 딸은 또 아들을 낳았다. 이번에 낳은 아들은 장군감처럼 풍채가 좋았다. 그녀는 더없이 기뻤다. 그리고 큰손주가 세 살이 되었을 때, 그들은 아들을 하나 더 낳았다.


“아들 귀한 집에 삼 형제라니…”


그녀는 딸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이제는 과거의 시름이 다 날아간 듯했다. 그녀는 곤히 잠자는 손주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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