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귀향 09화

9. 용문산

by 박루이


그의 가족이 계족산에서 과수원을 하며 살고 있을 때, 그의 서울 이모가 몹쓸 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의 외할머니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유명한 병원은 물론이고, 용하다는 곳은 모두 찾아다녔다. 그런 면에서는 그의 외할머니의 추진력을 따라 올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외할머니의 지극한 정성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병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이미 불치병이라는 진단을 내린 후였다. 그러자 그의 외할머니는 용문산에 있는 기도원으로 그녀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곳에서 신의 영험을 받아 불치병을 치료한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탓이었다. 그의 엄마도 불쌍한 동생의 병수발을 위해 용문산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의 엄마가 용문산으로 들어가자 아직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했던 그와 그의 어린 동생들도 엄마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졸지에 고향집 과수원과 용문산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해야 했다.


울창한 산림에 둘러싸인 용문산은 항상 어두침침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 때문이었다. 그는 동생들과 같이 그곳에서 한두 시간 가까이 걸어가야 있는 학교를 다녀야 했다. 깊은 산골이라 버스 같은 것은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길목마다 있는 동네 애들의 텃세에 시달렸다. 무언가 주지 않으면 길을 지나가지 못하게 막고, 때리거나 놀리면서 괴롭혔다. 그다음부터는 아예 그 동네들을 피해 산속으로 길을 만들면서 학교에 다녔다. 툭하면 지각이고, 집에 돌아오면 어둑한 저녁이 되어 있었다.


하루는 그의 아버지가 그 연유를 캐 물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그를 집 근처의 산속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박투술을 비롯해 여러 가지 싸움기술을 배웠다. 그 자신과 어린 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게 그의 아버지의 판단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남경에 있을 때 남의사 특무대에서 군사훈련을 비롯한 다양한 싸움기술을 배웠다고 했다. 그것은 특별한 무기가 없어도 사람을 은밀하게 처리할 수 있는 그런 기술들이었다. 그가 그의 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은 급소를 공격하여 큰 타격을 주는 기술과 상대를 넘어뜨리는 기술, 포박술, 싸우지 않고도 상대를 제압하는 심리전술과 설득하는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선제공격을 위한 빠른 판단능력과 담력을 기르는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싸움은 속전속결로 삽시간에 적을 제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싸우지 않고 적을 제압하는 기술이었다. 그는 무서운 산속에 홀로 남겨져 그날 배운 것을 다 익히고 나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두려움이 사라지고,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았다. 이제 겨우 열한 살이었지만, 그는 까만 얼굴에 눈만 반짝거리는 표독한 짐승으로 변해 갔다. 그는 그의 아버지를 따라 깊은 산속을 다니며, 야생에서 먹을 것을 구하는 법과 짐승을 잡는 법, 방향을 잡고 목표를 찾아가는 법 등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배웠다.


그는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을 토대로 그때그때 실전을 통해서 싸움기술을 익혀 나갔다. 그들을 괴롭히던 다른 동네 애들을 하나씩 제압해 나간 것이다. 한 번 당한 애들은 두 번 다시 그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복장부터 남다르게 하고 다녔다. 그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를 쉽게 얕볼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심리전술이었다. 그는 손목과 종아리에 나무를 끼워 만든 딱딱한 각반을 착용하고, 책보를 어깨부터 대각선으로 단단히 매어 날렵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했다. 누가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차림새였다. 실제로도 그가 엄청 무서운 존재라는 것은 당해 본 아이들만 알고 있었다.


그의 외할머니와 엄마의 지극한 정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모는 이 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의 가족들은 용문산을 뒤로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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