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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colate Blossom Mar 17. 2016

부산 버스가 거칠다고요? No!

편견을 깨는 부산 5-1의 하이퀄리티 운행!

전라도 촌구석에 살던 내가 대도시인 부산에 7년째 살고 있다. 꽤나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많은 점을 느끼고 경험했는데  공통점은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뭔가 정신없이 움직이지만
정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있다.


사투리, 음식, 바다, 분위기, 향기 등 모든 것들이 매우 바삐 정신없이 움직인다. 그중 가장은 단연 교통이다. 버스는 특히 더 심하다. 이미 부산의 버스는 유명하다. 산이 많은 도시인 탓에 곡예 수준의 운행을 하는 코스도 있다. 사람이 많은 탓에 버스에 자리가 없을 때도 있고 출근길의 정체는 주요 길에서 절정이다.


나의 주요 활동 반경은 남포동(우리 집), 서면, 경성대ㅡ부경대, 해운대등 주요 시가지이다. 그래서 부산의 5-1번 버스는 가장 자주 이용하는 애마 (?)다. 이 버스는 남포동에서 반여동까지 운행하는 굉장히 긴 코스를 운행하는데 코스도 뺑뺑 돌아 돌아 손님들을 모신다. 게다가 일반버스로는 홀로 국제여객터미널까지 운행하는 적토마 같은 버스다.


이 버스에 탈 땐 긴장을 하고 타야 한다. 부둣길을 지날 땐 폭주기관차처럼 운행을 하실 때가 있다. 그래서 다른 버스는 몰라도 5-1 버스는 항상 내가 먼저 기사님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드린다. 그때마다 기사님들은 '살려는 드릴게~'라는 표정으로 나를 태우신다. (부들부들)


여지없이 센텀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나의 애마에 올라탔는데 왠열?오늘은 기사님이 시원시원하게 먼저 인사해주셨다.


"어서오이소!, 조심히 올라오이소~"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탄 버스고 긴장하며 타는 버스였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기사님은 인사만 밝게 하시는 분이 아니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정속 주행, 게다가 손님들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된 기사님' 이였다.


"할매요. 버스 서면 그때 딱 내리소. 내가 딱 내리라 할 때 내리야지 안그라믄 내한테 아주 혼납니더!"
"버스에서 5초 빨리내릴라고 미리 서있다 다친 사람이 1년에 9천 8백명이나 됩니더. 조금 빨리 갈라다가 아주 갈 수가 있니더!(헉) 가만히 계시소!"


머릿발이 하얀 할머니는 기사님의 조금은 섬뜩한 말이지만 믿음직한 말씀에 차가 충분히 멈춘 뒤에 조심히 내릴 수 있었다.

거울에 비치는 5-1의 기사아저씨

또 하나 새로운 것은 승강장에 서있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타실 건지 안타실 건지 확인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어떤 기사분들은 서있는 승객들이 탈랑 말랑하면 왜 안타냐고 화를 내는 분이 있지만 이 기사님은 그렇지 않았다. 인자한 미소로 "타실랍니까?"하고 눈으로 물어보셨다. 서있던 아주머니는 은 그 미소에 반해(?) "아닙니다 안탑니다~ 고맙습니다^^ " 하면서 미소에 화답하며 인사를 해주셨다. 난생처음이었다. 타지 않는 버스에 서로 인사를 나누는 기사와 승객이라니!(버스에 단골손님이라도 있는 건가?)


훈훈하다. 매일 긴장하며 타는 퇴근길 5-1번은 오늘만큼은 흔들리는 급브레이크 한 번 없이 행복하게 운행하고 있다. 앞좌석에 아주머니와 서로 안부를 물어보며 달리는 기사님의 표정엔 피곤한 기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비록 하품은 하셨지만.)


엊그제 뉴스에서 버스기사분들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월 300시간을 운행하며 비정규직으로 매년 계약하는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 기사님들의 안타까운 노동환경이 담긴 글이었다. 그렇게 일을 하니 오는 스트레스가 운행 태도에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안전하게 행복하게 운행하시는 기사님을 보고 나는 결국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느꼈다.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고 부산은 그렇게 따뜻한 도시였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조심히 집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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