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colate Blossom Feb 02. 2017

꽃청춘

잘 가요 수리.

노숙자에게 줄 돈이 없어 미안하다며 웃었더니
"너의 웃음만으로도 충분히 고맙다."며 도리어 날 위로했다.
- 선현경 <잠시 멈춤>


  그대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처음 봤을 때도 어색하지 않았다. 아니, 어색했지만 낯선 반가움의 감정이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벗을 만났던 것처럼 반가웠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뭔가 쑥스러웠달까. 주변에서 부추기는 것도 한몫했었을 것이다. 


  그대가 점점 궁금해졌다. 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쓰는 단어에 유독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말은 정신을 대변하고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할는지 모르겠지만 그대는 철학적인 이야기,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이야기했고 탐구하길 원했었다. 그대가 쓰는 단어들은 쇠망치가 되어 나를 두들기고 있었다.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대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어떤 이미지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 사이를 주변에서 부추기는 것들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대보단 내가 더 당황하는 일이 많았었다. 나에겐 그런 상황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대같이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로서도 영광이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나 스스로에 대한 가치도 그만큼 올라가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대도 알겠지만 종종 메시지로 안부를 묻곤 했었다. 그때마다 그대는 한결같이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조금 더 많은 안부를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혹시나 방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어쩌다 한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서로 바랬었는데 사실 잘 그러질 못해 많이 아쉽다. 언제쯤이면 서로의 머릿속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냥 기대만 하다가 결국 그대가 이 회사를 떠난다고 한다. 



"기쁨은 흐릿하게 오고 슬픔은 명랑하게 온다."
- 허수경 <나는 춤추는 중>



  그대는 회사 동료라는 흐릿한 타이틀로 다가왔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호칭으로 명랑하게 떠나가는 것 같아 기분이 한결 가볍다. 퇴사한 소감도 여러 번 읽어보았는데, 청춘과 미래에 대해 스스로 정의하며 고민한 모습들이 상상되는 것도 즐거웠다. 


  꽃처럼 아름다운 청춘인 그대여, 이제 또 다른 곳에서 꽃을 피울 용기를 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하지만 걱정 같은 건 공부처럼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것이니 일부러 걱정하진 않는다. 다만 어디서든 건강하고 멋있게 이겨낼 그대인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먼 곳에서 항상 응원하고 있을 예정이다. 

고마웠습니다. 수리!




작가의 이전글 걱정매매센터 : Don`t Worry Marke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