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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식 Mar 30. 2023

나 자신이 협업을 위한 플랫폼이 되려면...

[자기혁신공작소-프롤로그(4)]

원래 이번 편의 제목은 "협업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미디어"라고 정했지만 2시간의 고민끝에 바꿨다. 개인적인 계획과 생각을 정리하는데 이보다 더한 제목은 없었지만, 단순히 제목만 놓고 보았을 때 관련없는 제3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미디어론으로 착각하고 들어와 내용에 실망하며 돌아갈 것 같아서다.


미디어를 강조하게 된 이유는 내가 소위 '신문쟁이', '글쟁이'라 불리는 사람이라서다. 콘텐츠가 업인 사람, 콘텐츠를 내세워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그릇, 도구, 매질이 필요하다. 이걸 현대사회에서는 미디어(매체)라고 부른다. 동굴벽화, 석판, 파피루스 단계를 거쳐 서책의 형태가 등장하고, 평판인쇄술이 도입되며 서책은 일반 단행본 외에도 신문과 잡지라는 정보의 빠른 생산과 전달을 목표로 하는 무언가를 탄생시켰다. 


이게 또 2차 산업혁명을 통해 대중을 대상으로 한 신문, 잡지, 라디오, TV 등의 매스미디어로 발전했고, 3차 산업혁명 시기를 거치며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유통되는 전자기적 것들이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콘텐츠'라는 새로운 명칭,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시공간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협업을 목적으로 한 소프트웨어가 쏟아져나오고 있기 때문에, 협업 플랫폼이라고 하면 소프트웨어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되기도 한다. 여튼 복잡한 세상이다.


나 자신이 협업을 위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소결론을 낸 이유는, 이런 협업의 시대를 예견한 책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에 수록된 한 장면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프리에이전트의 시대>는 이미 20년 되어가는 책으로 노동의 형태가 변화해감에 따라 노동자도 사업가도 아닌 새로운 노동인류의 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논리를 적용해 대한민국에서는 '1인창조기업'이라는 개념이 나왔지만 관련한 이야기는 나중에 정리해 전하는 걸로 하겠다.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에는 오늘 내가 꺼낸 주제와 관련한 내용도 있는데, 프리에이전트 간의 협업을 담당하는 HUB를 '소통하는 자'로 설명하면서 새로운 노동이자 새로운 비즈니스의 형태인 프리에이전트 세계에서의 리더십은 탁월한 능력자나 기획자가 아닌 소통채널이 되는 사람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소통하는 자가 플랫폼이라는 의미다. 한 단계 나아간다면 협업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내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리더십이 되고 싶다는 의도를 담은, 매우 담대한 발상인 거다. 


한때 이런 형태의 리더십을 재정립하기 위해 '미들맨(middle man)론'을 정리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목표수립으로 그친 채 더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언젠가 조금이라도 글로 서술할 수 있는 때가 오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무조건 한 걸음 내딛어야 한다. 한 걸음 내딛고, 또 한 걸음 내딛어 담론의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데, 항상 그게 두려운 작업이다.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첫 시퀀스처럼 해변에 접근해가는 상륙정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의 조마조마함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달려나가는 병사가 적의 기관총의 표적이 될 확률이 높듯, 논의의 시작점을 찍는 사람은 비판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협업의 플랫폼이 되는 1단계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그리고 그 이야기를 맨 먼저 전해주는 사람"으로 잡았다. 기자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기록자'라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구도 귀담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 콘텐츠로 만들어주는 작업은 작은 기록이면서도, 공식적 소통의 시작이라 생각하는 거다. 지금은 1단계 수련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려는 시점이며, 시간과 재정만 투입하면 얼마든지, 누구든지, 어떻게 해서든지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듣고 기록하는 작업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숙련도를 쌓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 2단계를 시작하려 한다. 이런 내가 여럿이 있다면 어떨까? 한동안 나와 같은 작업자를 여럿으로 늘려보고 싶었으나, 그게 녹녹하지 않음을 알았다. 최저 임금 기준으로 1인당 년간 3천만 원 가량의 재정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직업으로 이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제대로 된 조직화를 이루려면 3명 정도가 있어야 하며, 여기에는 년간 최소 1억 원 가량의 자금이 들어간다. 즉, 돈이 없어서 못할 뿐이지, 돈만 주어지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금을 확보하는 것에 대한 벽에 부딪혔다고 해서 좌절할 이유는 없다. 2단계 작업은 다른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이야기를 스스로 콘텐츠화 할 수 있도록 돕고 가르쳐줄 수 있으면, 어느 정도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20명의 필진을 확보한다"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20명인 이유는 시간제약 때문이다. 하루에 한 사람의 글을 다룬다고 가정했을 때, 업무일 기준으로 월간 20명의 글을 읽고, 고치고, 피드백해줄 수 있겠다는 정략적 기준을 설정하게 된 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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