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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식 Jul 16. 2023

DIT로 시작해 시민이 주도하는 혁신으로 이어지길

[MyBizStory(7)] with 'Orot Company' 6편

[관련 글]

       [MyBizStory(4)] with 'Orot Company' 3편: DIT 이야기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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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BizStory(5)] with 'Orot Company' 4편: DIT! 참 좋은데 이야기 풀어가기 애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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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BizStory(6)] with 'Orot Company' 5편: 자연스럽게 시작한 리빙랩, 운명적으로 시작한 DIT

        https://brunch.co.kr/@ventureman/54


DIT 책 출간 이야기가 3회까지 이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 추억과 기억이 함께 소환되다보니 이야기가 계속 샘솟는다. 그래도 이번 회로 마무리 짓는 게 좋을 것 같다. 또 언제 기회가 닿으면 그때 소환되는 기억에 의지하면 되겠지.


지난 회에서 했던 이야기가 되풀이되는 것 같지만, 조금 달리 말한다면, 원래 DIT 책자의 목적은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 오롯컴퍼니가 걸어온 길을 설명하는 소책자 형태를 띄기로 했다. 그러나 DIT 문화 확산, DIT마스터와 기획자들을 위한 참고서적, 가벼운 제언 등을 담다보니 의외로 일이 커졌다.


조금이라도 쉽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사진을 게재하려다보니 컬러로 가게 되었고, 당연히 내지 디자인과 인쇄비 등이 급상승했다. 게다가 이종건 대표의 생각은 상상을 초월해서, 전국 도서관과 도시재생지원센터에 수백 권 정도를 무상으로 제공하자는 이야기까지 하여 참 난감스러웠다. 대신 도시재생 분야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2022 도시재창조한마당> 때 현장 홍보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문제는 이 행사가 벌어지는 시기가 8월 31일부터 9월 2일이었다. 적어도 이날 오전에는 행사장을 향하는 차의 트렁크에 일정 수량의 책자가 실려있어야 한다. D-day와 H-hour를 잡아놓고 제작일정을 역산해 잡고 여기에 맞추려니 힘들었다. 특히 편집디자인을 맡아준 R 대표에게는 너무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리는 만무하지만, 중간에 디자인을 한 번 엎는 바람에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 동안 디자인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1차 작업 당시의 내지편집 디자인. 사진자료를 더 보강하고 디자인을 새롭게 하느라 고생을 많이 끼쳤다.

 

소소한 고민들은 끝없었다. 발간일에 맞춰 표지를 디자인하려니, 일러스트를 하기 보다는 괜찮은 사진을 찾아내야 했다. <스스로 만드는 공간, 함께 만드는 동네>라는 제목에 맞는 사진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내가 찍었던 사진이 생각났다. 홍천 DIT 때의 사진인데, 때가 장마철이라 비가 오고 가는 사이에 절묘하게 주민들이 실습하는 장면을 옥상에서 내려다보며 찍었던 거다.


이 사진이 찍히게 된 것도 참 신기한 일이면서 운명적인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사진을 잘 찍는 편이 아니다보니 스마트폰 정도만 조작하지 DSLR을 들고다니지 않는데, 이날은 오랜만에 DSLR을 잡았다. 잡은 김에 연습삼아 이리저리 쑤시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우연한 생각으로 갑자기 옥상에 올라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날 수업을 마치고 주민과의 단합대회를 예정하고 있었는데, 옥상공간을 활용하기로 했던 터. 비가 왔다갔다 하는데, 옥상의 천막이 안전하게 고정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다행히 당시 주무센터였던 신장대리 도시재생현장센터의 송아영 코디가 천막을 잘 지켜내어 비바람의 피해는 없었고 준비도 착착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기에, 참석 예상 인원을 세어본다고 옥상에서 마당을 내려다보게 되었는데... 이게 너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주민들이 모여 공동의 작업을 하면서도, 한쪽에선 웃음꽃과 이야기꽃이 피고, 새로운 손기술을 배우고, 각자 자신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며 즐기는 모습이 재밌고 좋았다. 3층 정도 높이에서 이 모든 광경을 내려다보는데, 내가 그 모든 상황과 순간에 동화된 전지적 시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때 나도 모르게 셔터를 5~6번 눌렀는데, 그 사진이 이번에 낼 책 <스스로 만드는 공간, 함께 만드는 동네>가 주고자 하는 주제의식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여겨졌다. 사실 사진에 자신이 없어 이미지 파일을 숨기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슬그머니 꺼내놓은 것이다. 나나 이 대표나 R 대표 모두 만장일치로 표지 문제가 해결되었다. 



인쇄도 급히 서두르는 통에 여러가지 애로가 있었다. 도움주신 J사 K과장님께 감사드린다... 하지만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반성하고 있다. 도서 유통은 과감히 일을 벌릴 처지가 못 되어 교보문고를 통해서만 진행하는 것으로 하여 적정 수량이 들어갔고, 몇몇 주요 지점에서 오프라인으로 판매되었다.


좋은 취지에 공감하며 추천해주신 분들도 계셨다. DIT 분야의 선구적인 연구자이신 현 충남대 윤주선 교수님, 마을만들기와 도시재생 분야에서 저명한 인물이신 권상동 센터장님, DIT 운동을 현장에서 오랫동안 이끌어왔던 DIT 기획자 <주식회사 지방>의 조권능 대표도 마음을 모아주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책은 <2022 도시재창조한마당>에서 첫 선을 보였다. 우리에게 허락된 부스같은 것은 없었으니, 책을 들고다니며 안면이 있는 분들께 알리고 저자사인과 함께 판매했다. 이걸 위해 나는 블루투스 카드단말기를 목에 걸고 다녔다. 나중에는 권상동 센터장님이 계시는 태백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부스 한쪽 끝을 내어주셔서 거기에 책을 쌓아두고 홍보했다.



사실 그림엽서 굿즈도 준비했는데, 굿즈 수량만큼 이벤트 판매가 따라주지 않아 아직도 제법 남아있다. 지금이라도 개설한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구입하시면 이종건 대표가 직접 그린 대형 그림엽서 6종세트를 받을 수 있다.( https://smartstore.naver.com/deepinsight/products/7109049197?NaPm=ct%3Dlk5i8dxc%7Cci%3Dd00bcbe44492b30fd47e6403c41f70bf57727fac%7Ctr%3Dboksl%7Csn%3D6704135%7Chk%3D2a7d5063edd49eb11ab1041e6c8c5c8cc9fe97ad )



이 책자가 반향을 일으키거나 혁신을 일으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오롯컴퍼니>를 홍보하는데 1등 공신이 되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사안에 골몰해 뭔가를 궁리한게 있다면, 그것을 정리해 기록하고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돈이 되냐 안 되냐, 브랜딩 효과가 있었냐 없었냐와 같은 상업적 가치 기준으로만 판단한다면 정말 슬플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이 책자를 통해 DIT를 기획하고 있을지 어찌 아나?


아쉬움이 있다면 <스스로 만드는 공간, 함께 만드는 동네>는 최소 1종 이상의 후속 저작물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보다 실제적으로 적용 가능한 교범 형태의 워크북이 나와야 하며, DIT 문화가 좀 더 확산된 후에는 일종의 우수사례집 형태로 DIT 리뷰 및 탐방 콘텐츠도 필요하다. 지금은 이런 작은 한 걸음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또 내가, 혹은 언젠가 누군가가 성큼성큼 걸어간 흔적이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DIT 문화는 시민들이 도시기능을 개선하거나 혁신하는 택티컬어버니즘 운동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담아 작성한 책 소개 글을 옮기며 3회의 연재를 마무리한다. (계속)




이 책은 일반에는 아직 생소한 ‘DIT(Do It Together)’를 다룬 국내 최초의 서적이다.  

   

간단히는 “홀로 무언가를 만드는 ‘DIY(Do It Yourself)’를 여럿이(together) 하는 것이 DIT”라 설명할 수 있지만, 사회적 의미와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할 이야기는 점점 늘어난다. 국내 DIY 문화는 공방을 중심으로 조금씩 성장해왔고, ‘이케아(IKEA)’의 등장과 유튜브 콘텐츠의 다양화에 힘입어 보다 성숙되고 있다.      


원래 DIY 문화는 1960년대 미국의 히피문화에서 출발한 메이커 운동을 통해 참여와 소통, 연대와 공유로 만들어지는 공동체를 꿈꾸며 발전되어 왔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인터넷 환경의 발달로 메이커 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며 혼자하기(DIY)에서 함께하기(DIT)로 변화해 왔다. 2010년대 들어 국내에서도 메이커 운동이 시작되었고, 곳곳에 메이커스페이스가 개설되며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오롯컴퍼니>는 메이커 정신에 입각해 개러지 정신의 일환으로 DIT를 추구하면서도, DIT의 주체와 장으로 주민과 마을에 주목해왔다. DIT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 속에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과정을 통해 주민이 자신이 살아가는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은 ‘정주성’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공동체 속의 일원이 될 때 비로소 주민으로 정착하게 되고, 지속가능한 공간이 존재할 때 주민으로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어서다.     


이에 커뮤니티 디자인의 관점으로 DIT에 접근해가며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책을 펴내게 되었다. 책 제목에서부터 ‘스스로 만드는 공간’은 DIY를, ‘함께 만드는 동네’는 DIT를 비유하고 있지만, 이는 공동체가 함께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 책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마을만들기, 도시재생, 청년마을 조성, 로컬 활성화 등의 영역에의 활동가, 로컬크리에이터, 행정가, 정책집단 등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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