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_카를로 로벨리
데모크리토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물질을 무한히 나눌 수 있다고, 다시 말해 무한한 횟수로 쪼갤 수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다음 이제 한 조각의 물질을 무한하게 쪼갠다고 상상해봅시다. 무엇이 남을까요?
크기가 있는 작은 입자들이 남을까요? 아닙니다. 왜냐하면 만일 그렇다면 그 물질 조각이 아직 무한히 쪼개진 것이 아니게 될 테니까요. 그러므로 크기가 없는 점만이 남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 이 점들을 한데 모아서 애초의 그 물질 조각을 만들어봅시다. 크기가 없는 점 두 개를 한데 모아도 크기가 있는 사물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세 개로도 안 되고 네 개로도 안 되죠. 사실 아무리 많은 점을 모아봐도 크기를 얻을 수 없습니다. 점은 크기가 없으니까요. 따라서 우리는 물질이 크기가 없는 점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점을 모아도 크기를 지닌 것을 결코 얻을 수 없으니까요. 데모크리토스는 단 하나의 가능성밖에 없다고 결론 내립니다. 그 어떤 물질이든 유한한 수의 낱낱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조각들은 유한한 크기를 가졌으면서도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바로 원자인 것이죠.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_카를로 로벨리_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