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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라 May 15. 2022

친구의 결혼식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제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다소 늦은 나이에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 내 친구. 갈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번이 아니면 문자만 주고받는 사이가 될 것 같아서 조금은 무리를 해서 서울로 올라갔다. 거리두기도 완화되고 날씨도 좋아 결혼식장에는 친구 부부를 축하하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친구의 결혼식은 틀에 박히거나 시끌벅쩍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직접 준비한 성혼선언문과 시어머니의 축가, 양가 조카들의 꽃 전달식 등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식순을 보면서 친구가 그동안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가 느껴졌다. 특히 하객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두 사람의 바른 인성이 드러나 보는 내가 다 흐뭇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의 결혼식이 떠올려봤다. 당시 딱 적당한 나이에 결혼했지만 내 결혼식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와준 지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다 전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지금이야 친분에 따른 축의금 액수와 축하 인사를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 등은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그때는 이런 것들을 잘 알지 못했을뿐더러 내가 결혼을 한다는 생각에만 빠져서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지 못했다.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살면 살수록 사람 챙기는 일이 제일 어려운 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도 배운 적이 없어 혼자 글로 배운 인간관계가 갈수록 흔들거리는 게 느껴진다.


결혼식이 끝난 다음 날 친구는 결혼식 사진과 함께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친구의 부지런함과 사람을 챙기는 살뜰함에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혹 나도 지금 이 나이에 결혼을 했다면 그간의 경험이 쌓여 친구처럼 주위 사람들을 챙길 수 있는 센스가 생겼을까. 아무튼 어제 나는 축복의 장소에서 홀로 부끄러움을 느끼며 서 있었다. 꿈에서라도 다시 한번 내 결혼식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와 준 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당신들 덕분에 기쁘고 행복했노라고 진심으로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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