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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세시 Mar 29. 2021

갑자기 글자를

210329, 오늘 막 38개월

난 욕구가 생기면 알려주자 주의인데,

어제 갑자기 아이가 글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코로나로 집콕만 하는 날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늘어난 영상 시청이 가져온 결과인 것 같다.


정말 쓸데없기만 할까?

마.. 뭐라도 배우긴 하겠지.

라는 불안과 미안함을 감추는 자위였는데

정말 아이는 뭐라도 배웠나 보다.


최근에 차를 타기 전에 주차장에 늘어선 차들마다

반호판에 쓰여있는 한글들을 가리키며

"이게 뭐야?"

하고 물었는데


어느 날은 자주 보던 몇몇 번호판의 글자는 외웠길래, 그냥 숫자랑 통으로 외워버렸나 하고 무심코 지나쳤 엄마.

아이는 내 놀라운 반응에 신이 나서

아무 의미도 없는 글자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핑크핑크의 가나다라를 보고 배운 건가보다.


그러더니 갑자기 오늘은

나눔 하려고 정리해둔 글밥 적은 하드북을 이것저것 꺼내와 아는 글자를 찾기 시작한다.


한참 그러다 갑자기 후다닥 뛰어나와서 색연필을 들고 가길래 슬쩍 들여다보니, 핫딜 때 사두고

언젠가 글자에 관심 생기면 해줘야지 하고 잊어버렸던 2세용 한글 워크북을 꺼내서 모음 자음을 선 따라 그리고 있었다...


미안해.

엄마가 무심하다.

실은 가르치기 귀찮아.

하지만 기특하다.


이젠 난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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