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뭍톰 Apr 26. 2022

결혼 후 살이 쪘다.

멀쩡하다 한달만에 훅 찐 3kg

3키로가 쪘다.

겨우 ‘3키로라고 생각할  있지만, 아무리 보아도 이것들 모두 지방이다. 왜냐?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복부와 허벅지 그리고 둔부까지 모두 거대해졌다. 몸무게 앞자리 숫자가 바뀌기까진 불과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아주 5에서 6 되는  순식간이더군. 겨울 패딩을 입고 몸무게를 재도 59.8 찍으며 간신히 60 다다르지 않았으나,글쎄 오늘 외출복을 벗고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재보니 60.2 나왔다.


어제  숫자를 잊을  없어 오늘은 꼭 퇴근을  뒤에 운동을 하리라 마음 먹는다. 하지만 퇴근길이 되면 모든 다짐들이 삭제된다. 덜컹대는 전철속에서 내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던 불닭 볶음면. 하루종일 겪은 지랄맞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것은 오직 이것 뿐이다. 이왕이면 다홍맥주라고,  들어 가는길 편의점에 들려 맥주 네캔을 샀다. 어떡하지. 불필요하게 몸무게를 쟀을까. 온갖 생각을 하다가 오늘은 이 정도 먹을 자격이 있다 싶어 지른다. 냄비에 물을 끓이고 비닐포장에 적힌 정확한 레시피대로 시간을 맞춰 면을 삶고 양념만 넣기에는 밍숭맹숭하니까 며칠  먹다 남은 샌드위치햄과 구운계란을 넣었다. 미쳤구나 내가, 양념을 빼도 모자를 판에 햄이랑 계란이라니. 어쩌하리. 마지막 만찬이라 생각하며 자기위안을 한다.


한손에  감싸지는 맥주 전용 유리잔에 황금빛 액체를 타라라 따른다. 그리고 궁극의 불닭면을 먹기  한모금을 적신다. 살이고 뭐고  맥주맛을 어떻게 잃을까,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꼬들한 면과 햄을  젓가락 들어 호로록. 담백함과 고기맛이 조화를 이룬다. 면에 양념을 비빌 때 비주얼과 식감을 살리기  스트링치즈도 길게 손으로 찢어 넣어줬다. 흰색 모짜렐라 치즈 면과 잘 섞어 넘실넘실 숟가락 위에 얹힌다. 한입 호록 먹고 맥주를 벌컥벌컥.  천상의 맛이구나. 하루종일 시달리던 고된 회사 스트레스가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그나저나 결혼을 하면서 식탐이 생겼다. 어릴  동생이랑 투닥거리던  행위를 요즘 다시 하고 있다. 퇴근  즐거움은 배달어플에서 어떤걸 먹을까 고민하는 시간이고, 가장  설레임은 현관문 벨소리였음을. 우리는 그렇게 함께 먹는 야식에 길들여졌고, 외식 최고! 날마다 외쳤다. 요리를 포기하고  우리는 이렇게 조미료 가득한 외부음식에 환호성을 지를까.


첫째는 요리에 투자되는 시간과 돈이 배달음식에 비해 우월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일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7시 남짓,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시작하는 시점은 거진 9시가 다 된 시간이다. 여기에 조리하는 시간까지 더해지면 우리의 저녁은 밤 10시가 훌쩍 넘을 수 있다. 이쯤되면 가만히 쉬고 놀다가 10시에 야식을 시켜먹는게 훨씬 나은 선택이 아닌가. 마트까지 오고가는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사서 해먹는게 더 돈이 드는 구조인 것이다.


둘째는 나는 요리를 못하고, 남편은 요리를 끌릴때만(?) 하는 타입이다. 나는 딱히 요리를 즐겨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남편이 요리에 관심도 많고 재능도 있는듯 한데, 문제는 이런 날이 손에 꼽을 만큼 적다는 것이다. 특별한 재료를 공수했을 때나 생일 때 파스타가 먹고 싶다는 나의 말로 행동이 이어지기 때문에 자주 마주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그럼 우린 대체 지난 2년간 뭘 해먹고 산 것이지? 아마도 자신있게 7할은 외부음식이라 말할 수 있겠다.


요즘 빠진 음식은 바로 와인이다. 와인은 육회와 연어와도 잘 어울리고, 롯데샌드랑도 잘 어울린다. 편하게 집 근처 마트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음식이고 맥주보다 살이 덜 찌는 안심적인 기분에 요즘 저녁에 자주 찾는다. 저녁 고기밥상에 곁들이기에도 좋고, 낮에 사온 조각케이크와는 환상적인 조화를 이끈다. 내 입맛에 점찍힌 와인들은 vivino 앱에 사진과 함께 저장을 한다. 그리고 매번 와인을 사기 전 한번 쓱 훑어보고 같은 라벨을 찾게되면 구입한다. 하지만, 동일한 와인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매우 대중적인 와인들을 제외하면 한번 산 와인을 다시 사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뭔 대수랴, 2,3만원 대 와인 아무거나 사도 내 저녁시간의 빈 공간을 채워주기엔 만점인데.


요즘 가장 좋아하는 안주(?)거리는 별다방의 베이크드치즈케이크. 작은 원형 홀케이크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깊은 치즈맛이 나기에 와인과 조화가 좋다. 그러니 내일은 꼭 별다방에 들려 이 치즈케이크를 사올 예정이다. 기승불닭면 전결치즈케이크. 엑설런트. 이 맛에 내일 출근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식물에 대한 사랑이 성장 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