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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뭍톰 Aug 26. 2021

식물에 대한 사랑이 성장 할 때

이름은 모르지만 앞으로 계속 사랑해줄게


 우리집에는 작은 화분에 담긴 식물 가족들이 11개가 있다. 모두 결혼 전 남편이 키우던 것들로 품종은 모른다. 식물에 대한 나의 얕은 지식으로 보았을 땐 선인장류가 3종 포함되어 있다는 건 안다. 이들의 품종을 찾아본 건 물과 햇빛의 양을 얼마나 줘야 건강하게 잘 사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을 때. 각 식물들의 물주기 타입을 알게 된 이후로는 외우기 힘들었던 그 이름들을 자연스레 잊어버렸다. 그래서 이름을 익히고 있는건 푯말이 꽂힌 채 사왔던 ‘금전수’ 하나 뿐이다.


 결혼 한 뒤 초반에는 이들에게 물을 주는 건 전적으로 남편의 몫이었다. 남편은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돌보는 행위가 굉장한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나는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위에 나란히 올라가 있는 화분에 물을 주는 남편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의 물주는 행위에서는 마치 핸드드립을 하듯 집중과 느긋함이 섞인 따뜻함이 풍겨왔다. 그리고 나에게도 차츰 물을 주는 일들이 일상이 되었다. 각 자리에 있던 화분을 하나하나 베란다로 옮겨 30분 이상 염소를 날려버린 수돗물을 듬뿍 뿌려준다. 물을 주며 하는 생각은 매번 비슷하다. ‘이렇게 잘 자라는데 물 만으로 살 수 있다니..’


시간이 흘러 식물들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잎사귀가 노랗게 변해 떨어지면 신경이 쓰였고, 작은 화분 속에서 갈곳없이 휘어진 줄기를 보면 나무 젓가락을 꽂아 길을 잡아 주었다. 잘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란게 생긴 것이다. 달팽이 모양의 장난감을 하나 사서 화분위에 올려주며 친구하라며 말해주고, 금전수에 새싹이 돋을 때마다 남편에게 우리 돈 많이 버나보다 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식물이 우리 부부의 삶에 하나의 공감이 된 순간이었다.


어느 날은 (물만 줘도 이렇게나) 예쁘게 잘 자라는 각 식물들의 이름이 궁금해서 네이버 어플의 스마트렌즈를 통해 이름을 유추해보기로 했다.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잎사귀를 중심으로 해야할지 줄기와 잎사귀를 모두 다 찍어서 올려야할지 다양하게 각도를 돌려가며 찍었는데 계속 내 눈앞의 식물과는 다른 이미지들이 자꾸만 뜨는 것이다. 스마트한 렌즈 덕분에 이 중 1/2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지만 아직도 반은 이름이 없다.


대신 쑥쑥이, 말랑이, 통통이 등 그때마다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내 멋대로 이름을 부른다. 그럼 용캐도 남편은 그게 어떤 식물인지를 아는 것이다. 이 순간들이 내게는 신기하기도, 재밌기도 해서 속으로 작게 웃음을 띈다. 아직도 이들의 이름을 알고 싶은 생각은 크게 없다. 다만 오늘도 햇빛 잘 받도록 위치를 바꿔주고, 물을 담뿍담뿍 담아주는 것 뿐. 앞으로 우리의 10년, 20년 기념일도 함께 지내주길 바라는 소망 뿐.


예쁜 우리 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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