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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뭍톰 Oct 26. 2021

일하지 않는 자의 자유

숨만 쉬어도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

일을 그만 둔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퇴사를 한 뒤 꿈꿨던 본래 계획은 이러했다.



1개월 차 : 마음 놓고 쉬어버리기 , 아무것도 안 하기, (업무를 위해) 질리게 보던 SNS 끊기

결과 : 이 중 마지막은 잘 지켜냈지만 나머지 마음 놓고 아무것도 안 하기는 생각보다 이런저런 약속에 일들이 겹쳐 일어나 생각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2개월 차 : 슬슬 프리랜서로의 자리 다지기

결과 : 근 10년간 마케터로 일을 하면서 다져온 것들을 최대치로 펼쳐 보이기 위해 퍼스널 브랜딩 길라잡이(?)식의 클래스를 오픈하고, 재능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자리 다지기를 계획했으나 장비(아이패드 연동되는 마이크가 왜 그리도 없던지) 탓과 계획만 다지고 다지다가 땅이 모두 질펀하게 진흙으로 변해버렸다.


3개월 차 : 갑자기 집을 계약함. 

결과 : 계획하지 않았던 new APT.. 남편과 무리무리해서 진행하는 일이라 예산을 아끼기 위해 셀프 인테리어를 계획했으나 결국 자금 유동성의 한계와 능력치 부족으로 한 달간 플랜만 잡다가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그래도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어 재미났던 시간이라고 판단한다.


4개월 차 : (now days) 월급만큼 프리랜서의 능력치가 발현되지 않음에 슬슬 포기각..

결과 : 사실 그동안 이직 제안이 꽤나 많이 들어왔었다. 제안에 응하지 않았던 이유는 호기로운 나의 계획들을 실행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적당한 워라벨과 출퇴근 조건을 만족하는 곳이 없었기 때문. 그리고 나의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집을 새롭게 구입하면서 대출을 위해 은행에서 판단되는 나에 대한 기준이 오로지 “직장인=돈 빌려줄 사람”이 됨을 현실적으로 깨달은 순간, 나의 자유로운 영혼은 점점 속박되고 있었다.



“일하지 않던 나의 일상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출근 걱정 없이 느지막이 잠에서 깨거나 아니면 황금빛 아침 햇살이 집 안으로 가득 들어설 때 그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는 기분이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내게 큰 희망과 행복감을 선물해줬다. 한가롭게 식물들에 물을 주거나 밀린 빨래를 여유롭게 돌리고 개키거나 하는 그 모든 과정들이 한 장면씩 새겨지고 행복으로 한 칸씩 채워졌다. 일하지 않는 나의 하루, 그리고 나를 되돌아볼 충분한 시간을 가진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시간을 챙겨가고 있다. 나의 여유로운 나날들을 앞으로도 잘 기록하고 남겨볼 생각이다. 일하지 않는 아름다운 시간, 오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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