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때
하루가 다르게 대기가 습하다.
매일 아침 7시, 습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출퇴근길에 나서는 것도 점점 힘들어진다. 최근 회사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하다. 몇 달 전부터 비용 절감을 이유로 공공 기물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있다. 이런 변화에 충격을 받아 자발적으로 퇴사한 동료들이 늘어나면서, 남은 사람들까지 의기소침해지고 있다. 맑고 밝은 이야기만 남기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요한 사무실 안 냉기가 흐른다
출근길 버스 창밖으로 한강의 평온한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지나가기를. 자극도 열정도 사라진 나날이지만, 고요한 감정 속에 예상치 못한 돌이 던져지면 파동이 크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니까. 나는 그저 묵묵히 금전 걱정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유를 되찾는 그 날까지 오늘의 나를 위안 삼아, 넓은 강물을 보며 마음을 다스릴 뿐이다.
평온하지만 또 치밀하게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며 질문을 던져본다. 눈앞에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내가 있다. 오늘의 준비가 내일의 표정은 달리 만들어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