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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데이 Oct 25. 2020

운동 혼자 하는 거 아녔네

멘탈 크런키 러너의 러닝 일지 [10월 4주 차 러닝]

운동은 고독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 나를 넘어서는 것은 나니까 혼자서 이겨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주 러닝을 함께 하면서 갖고 있던 똥고집을 버릴 수 있었다.


오랜만에 전(前) 회사 동료에게서 카톡이 왔다. "요즘 달리기 자주 하시는 것 같은데 같이 달려요!" 러닝은 줄곧 혼자서 해왔고 기록도 좋은 편이 아니라서 망설였다. 누군가와 함께 달리면 나 때문에 본인의 기량을 다 쏟아내지 못할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 20분 정도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


"저 잘 못 달리는데 괜찮을까요? 당신만 괜찮으면 같이 한번 뛰어요." 밑밥을 깐 게 아니라 동료는 나보다 훨씬 잘 달린다. 답장을 기다리면서 오랜만에 만나는데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생각보다 답장이 빨리 왔다.


"저도 느려요..ㅎ 이번 주 수요일 저녁에 같이 뛸까요?", "네 그러면 수요일 저녁에 강변역에서 만나요."

그렇게 러닝 약속을 잡고, 난생처음으로 서울에서 구리까지 러닝을 하게 되었다.

 러닝 당일이 되었고 오랜만에 만나서 안부를 묻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총거리는 10km였다. 내 인생에서 10km를 달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몸이 버텨줄지 걱정됐다. "처음 10km라 긴장이 되네요. 살살 시작할까요?" 먼저 동료에게 물었고 동료는 좋다고 했다. 나는 스마트워치 이런 게 없어서 기록을 보면서 달리는 게 불가능했다. 동료는 순토 스마트워치가 있어서 뛰면서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릴 수 있다고 해서 동료가 리드하기로 했다. 


초반 달리기를 하면서 몸을 살짝 데우기 시작했다. 천천히 워밍업을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빠른 템포의 노래를 들으며 뛰었다. 적당히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강을 끼고 달리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다리에 설치된 LED 장식을 보거나, 빌딩들의 불빛을 보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을 봤다. 볼거리가 정말 많았다. 


뛰는 거리가 점점 늘어날수록 우리는 대화가 줄었다. 달리기에 점점 집중하게 되었다. 평소에 7~8km 뛰었을 때 느끼는 그 힘듬은 반으로 줄었다. 같이 뛰는 러너가 있어서 동기부여가 되고, 의지할 수 있었다. 신기했다. 그리고 왜 크루 러닝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모여서 함께 뛰고,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10km를 무사히 마치고 카페에 들어가서 당을 보충했다. 운동이 끝나고 마시는 핫초코는 그 어떤 때보다 달고 맛있었다. 최고의 경험이었다. 


동료와 한 달에 한 번은 만나서 같이 러닝을 하자고 약속했다. 벌써 다음 달이 기다려진다. 그전까지는 다시 고독하게 홀로 나 자신과 대면하면서 내 몸을 알아가고, 운동을 하는 시간이 되겠다. 


에스엔에스

인스타그램 @todayisrunday

스트라바  @da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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