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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Dec 14. 2021

도대체 어떻게?

어느 코치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다.  

코치인 엄마가 뭘 하는지 하루 종일 지켜본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란다. 


"말은 다른 사람이 다하고 엄마는 하루 종일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데 돈을 받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단다.  


코칭은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직업이다. 코치를 찾아오는 고객이 주로 이야기를 하고 코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질문을 한다.  


아이의 눈에 보이는 엄마는 편하게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상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다는 건 참 어렵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고 제대로 질문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욱 어려운 건, 질문을 통해 깨닫게 하는 거다. 그래서 코칭이 쉽지 않고, 특히 코칭에서 중요한 객관적이 되기 어려운 가족이나 부하를 코칭하는 건 어렵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코칭이 익숙해지면 코치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자기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인가? 기분이 좋다면 어떤 이유이고, 기분이 나쁘다면 어떤 이유인가? 나는 과연 무엇을 원하는가 등등.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면서 답을 찾아나간다. 가끔은 성공하고 가끔은 실패한다. 성공할 때는 자신과 진정으로 만났기에 행복하고, 실패한 경우는 실패의 원인을 살펴본다. 그것도 쉽지 않으면 이제는 멘토코치를 만나야 할 때다. 


셀프코칭은 어느 정도 이상의 실력이 쌓여야 가능하다. 자신에게 제대로 질문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들여다본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코치들이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정리하기 위해 셀프코칭을 한다.  


"이대로는 안되겠다"하는 생각을 어떻게 탐색을 할지 고민하다가 나 자신과 대화를 하는 셀프코칭의 방식을 차용하기로 했다. 보통 셀프코칭은 코치에게 코칭을 받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보통은 질문을 쓰고 답을 쓰는 저널 형식을 많이 취한다. 하지만 나는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한다. 내면의 자아에게 형상을 부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내 자신과 앞으로 살아갈 본래의 나, 융이 그렇게 중요하게 이야기 했던 SELF와 대화를 시켜보는 걸로. 결론은 어디로 갈지 모른다. 내 속에 들어앉은 본래의 나, Self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 적이 거의 없으니까. 


각자의 내면에는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모습과는 다른 나 자신이 있을 거다. 숨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존재. 내가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하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이다. 누구나 내면에 그런 존재가 있을 거다. 


나의 내면에도 욕망을 그대로 품고 있는 자아가 있을 거다. 그 동안 드러내지 못하고, 하고 싶었으나 단단한 이성의 틀 안에서 속으로 삼켜야 했던 수많은 말이 있을 거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내면의 자아에게 이렇게 주문을 해볼 생각이다. 욕망을 마음껏 드러내 보라고.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여과없이 해보라고. 설령 그 이야기가 놀라운 것일 수도 있겠으나 언젠가 한 번은 해야할 이야기일 테니까. 그렇다면 더 늦기전에 바로지금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앞으로 살아갈 내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나와 대화를 한다는 것,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게 어쩌면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방식은 이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무석의 30년만의 휴식은 정신분석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중에서도 내면아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무석의 책에서는 지금까지 너무나 열심히 살았으나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인 "휴"가 나온다. 그를 만나는 길을 이무석박사는 내면아이를 만나는 걸로 시작한다. 


"사람의 마음에는 과거의 경험이 만들어 놓은 모순된 감정과 유아적인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분노나 열등감 같은 유치한 감정들이다. 이런 감정들은 격렬하고 통제하기 어렵다. 무의식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다. 실제 현실이 아닌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현상일 뿐이지만 대인관계나 정신세계에 구체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아이처럼 화나고 아이처럼 서럽다. 아이가 엄마의 눈치를 살피듯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초조해진다. 심리적 현실에서 사는 존재는 이미 어른이 된 내가 아니라 '마음속의 아이'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 초조나 열등감은 이 아이의 감정이다. 휴를 괴롭힌 것도 이 '마음속의 아이'였다. 30년만의 휴식 p 98-99 

내 속에도 내면아이가 있을 거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 작은 아이. 내 속에 있는 내면아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보다가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이미 나의 내면 아이를 만났다. 갈래머리를 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화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작은 여자아이. 그래, 나는 이미 그 아이를 만났다.




Prologue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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