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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May 25. 2020

"네가 책임져!"

리더십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던 과거의 나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러면서 서서히 조직인간화가 되어간다. 회사의 명령에는 따라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도 있다. 특히나 IMF사태 이전에 입사를 한 경우라면 직장관은 회사의 명령은 목숨 걸고 따라야 한다였다. 지금처럼 따를지 말지 판단해보는 등의 행동은 사치였다.   


1991년 LG전자(당시 금성사)로 입사해서 1999년 10월부터 세 번째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스스로 원해서 옮기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그렇게 되기도 했다. 


요즘에는 좋든 아니든 대학에서도 직업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도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면 직장이 아닌 직업관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내 대학시절에 그런 기회는  전혀 없었다. 이력서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취업준비 동아리 같은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고 그런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당시의 취업준비는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또는 고시준비생들이나 하는 것이었다. 지금 최고의 직장으로 일컬어지는 "공무원"은 당시에는 참 인기 없는 직업이었다. '나 공무원 하려고..' 하는 말을 하면 "월급도 작고, 일도 힘든데 뭐하러?" 했다. 같이 학원을 다닌 친구가 세무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뒤에서 쑥덕거렸던 기억이 있다. 졸업과 동시에 세무공무원이 되어서 세무서 이야기를 하는 그 친구의 말을 그저 듣기만 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니 지금은 세무공무원은 갑 중의 갑이다. 


이리저리 회사를 옮겨다님과 동시에 일을 배우고, 구조조정의 한가운데서 일을 하다 보니 맷집이 좀 생겼나 보다 했었다. 그런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LG-EDS시스템으로 이동하자마자 나는 급여와 복리후생을 담당하는 파트리더가 되었다.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기보다는 스스로 하는 것이 더 편한 나에게 전사원들의 급여를 지급하고 복리후생을 업무를 관리하는 일은 뭔가 맞지 않은 듯한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비하면 정말 작은 일인데 그 당시에는 그것도 버거웠나 보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일이었을 수 있으나, 당시의 나에게는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하는 일이었다. 아마 그 일이 있었던 사고를 내던 사원도 잊어먹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실수는 지금 생각하면 참 작고 사소한 문제다. 퇴직금을 지급하는데 잘못 내보낸 거다. 대상인원은 기십명 정도. 그 건을 보고 받자마자 나에게서 튀어나온 말은 "나는 모른다, 네가 책임지고 해결해라."였다. 그 말을 듣는 사원의 얼굴 표정도 생각이 난다. 뭐 저런 게 리더라고.. 하는 듯한 표정. 그러고 나서 그 친구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서 잘못 지급한 금액을 되돌려 받았다. 나는 어떻게 했냐고? 그 사원과 같이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퇴직금 추가 지급분을 되돌려 받았다. 모두들 순순히 재입금을 했고,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나중에 그 사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그 일은 나의 리더십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게 했다.


리더십이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일을 책임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한 조직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구성원이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실수를 함께 처리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바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든든히 받쳐주고 막아주는 우산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한참이나 모자랐다.  


그때까지 약 10년, 일을 잘한다고 칭찬받아도 보고, 못한다고 질책도 받아봤다. 많은 임원들 앞에서 프로젝트 결과보고를 하고, 힘든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기도 했고, 보고서를 잘 쓴다고 사람들이 자신이 쓴 보고서를 봐달라고 찾아오기도 했다. 반면에 설문서를 돌려야 하는데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워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제대로 보고를 한다고 했지만, 내 말은 무시하고 다른 사람을 불러 바로 내 눈앞에서 내 말을 재차 확인을 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내공이 생겼다고 자신만만해했지만 그 작은 사건 하나가 나를 좌절시켰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새해를 맞이했고, 매년 의례적인 내부 조직개편에 따라 나는 전문직 과장으로 전환했다. 어깨의 짐을 덜어냈으니 조금은 가벼워졌으나 뭔가 찜찜함이 남는 그런 결정이었다. 


그건 바로 "나는 리더십이 없구나"하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었다.


나의 리더십은 어떤 형태일까?


당시 회사 내에서 여성으로 리더십을 보여주는 사람을 찾아가서 멘토를 해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었는데 그때는 그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했다면 나의 직장생활은 조금 더 편해졌을까…


그러고 보니 직장생활에 대한 조언을 구한 적이 별로 없다. 그냥 동료들과 함께 즐기고 생활했을 뿐 진정한 직장인으로 성장을 위한 노력은 등한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뒤에 나의 상사였던 분이 많은 조언을 해주려고 노력을 했는데, 나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역시 시간이 지나야 만 알게 되는 것이 삶이다. 그리고 인생은 해결하지 못한 그 문제를 늘 되돌이표처럼 내 눈 앞에 다시 펼쳐놓는다. 그래서 극복을 하면 다음 문제를 들이밀지만 극복하지 못하면 또다시 그 상황을 앞에 던져둔다. 그게 삶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스스로를 성장하게 하는.. 


젊음을 젊은이에게 주는 것은 너무 아깝다고 했던 버나드 쇼의 말이 정말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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