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정말 오랜만에 연락하게 된 친구.
대학 시절 가끔 씩 만나면서,
인생에 대해 얘기하던.
자신의 나라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그 후에 미국으로 건너가
대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다가
한국으로 왔다는 인도 친구.
그리고 나에게 소개해준
가장 친한 친구 별명이 '소주' 였던.
그래서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나도 그의 친구에게,
"안녕. 소주."
라고 불렀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 습관 때문에
어쩌면 나보다 5살 정도 많지 않을까
짐작만 하고 있는.
대학 시절
때로는 친구처럼
가끔은 친한 형처럼
내게 해 준 조언들.
"귀엽지? 내 아들이야."
"아들이 있었어?"
"응. 이제 영어랑 한국말을 둘 다 알아들어.
참 빨리 배우는 것 같아."
내가 대학에 다닐 때쯤
나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의 생일 파티를 한다며
스무 명에 다다르는 친구들을 소개해준
커다란 인도 식당.
"우리 부장님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그렇게 신세 한탄하던 케냐 친구.
"영어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
더듬거리는 영어로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렇게 말하던 독일 친구.
"네 한글 이름은 발음하기 쉬워."
지금도 내가 영어 이름을 갖지 않을 수 있게
해주었던 미국 친구.
"지금도 그때처럼 파티하고 그래?"
"풉. 그냥 옛날 일이지. 벌써 몇 년이 흘렀어."
아들이 똑똑하지만,
천방지축이어서
주말에 어디로 갈지 고민 중이라는
친구의 신세한탄.
"네가 예전에 썼던 책이 뭐라고 했지?"
내가 공과대학에 다니면서 썼던
나의 조금은 어설펐던
소설에 대한 이야기.
세상에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에
그 글 쓰기 시작했다는 나의 얘기와
그도 최근에 미국에서 출판을 했다며
가방에서 꺼내는 두꺼운 책.
표지를 열어보니 빼곡히 쓰여있는 영어들.
"나도 너처럼 영어를 잘하고 싶다."
"많이 써보고, 노력하면 너도 할 수 있어."
한 번도 유학을 가본 적 없이,
어설프게 부딪혀가며 시작한.
그래서 항상 배움의 즐거움에 목이 말랐던 나.
"일은 좀 어때?"
그가 내게 던진 질문에,
"나는 내게 맞는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라고 답했던
그러자 내게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한 친구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삶은 결국 스스로 정하는 거라고 말하고는,
다시 내게 건넨 한 마디.
"난 네 결정을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