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신문에 나왔더구나.
평범한 대학생.
그저 수업에 들어가
평범하게 손 안에 주어진 과제를 하는,
그저 남들처럼 미래를 걱정하면서
어려운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연히 당선된
나의 사연 덕에
시계 바늘이 12를 가리키기 전
나는 커다란 제야의 종을 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무대에 올랐다.
비록 내가 대단한 것도
엄청난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니지만,
"당신 나이에 그렇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라고 격려하시던 시청 직원 한 분의 말처럼
많은 시간 고민하며 살아가던
시간을 보상하듯
커다란 새해 종을 치기 위해 그 앞에 섰다.
그 전까지는 광화문을 자주 가본 적도
또 그 종을 자세히 본 적도 없었지만
내 평생 처음으로 그 울림이
다르게 느껴졌던 날.
새해 소원이 어떻게 되시나요?
나는 사람들의 200개 새해 소원을 종이에 적어
함께 올랐다.
"십! 구! 팔!... 삼! 이! 일!"
천천히 그 중후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눈 앞에서 소리가 보이듯
그렇게 느리게 그리고 웅장하게
퍼지기 시작했고,
멀리 서는 새해를 알리는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는 연인과
광장에 나와 새해 함께 종소리를 듣거나,
누군가는 가족과
집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새해를 축하는 그런 평범한 날.
종을 향해 서 있는 내 뒤에서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조용히 눈을 감는 부모님을 모시고
마음속에 떠오른 새해 소원은,
"그저 감사합니다."
어떤 미래가 오던
어떤 과거가 있었던
긴 인생을 놓고 보면
결국 모두 다 의미가 있으니까.
새벽에 모든 일정을 마치고
택시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마침 도착한 대학 성적표 하나.
그것을 집어 저 멀리 던지고는
웃으며 하시는 어머니 말씀,
"너처럼 사는 것도 하나의 답인 듯 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