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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Aug 12. 2020

남다른 산책

새로 걸음마를 배웠다

                

1.

아카시아 향이 아직 남아 있을 때에

그 길로 들어섰지요.

바람이 불자 그냥 그림 같은 꽃비가 내렸어요.

하늘에, 땅에, 나무에 아카시아 천지였어요.     

일어날 수 있을까, 걸을 수 있을까, 뛸 수 있을까

병원 침상에 누워 오래 생각했었지요.

그럴 때마다 생각 끝이 뭉툭하니 멍해졌어요.     

오늘, 마침내 그 길로 들어섰어요.

한 걸음마다 고마운 얼굴 하나씩 떠올리며

아카시아 향 같은 웃음을

소리도 없이 한참 웃었어요.   

  


2.     

떨어진 꽃향기가 아직 남아 있을 때에

다시 그 길로 들어섰어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소유였고, 내가 애써 지켜냈다고 믿었던 것들,

사실은 그들의 소유였고

그들이 날 지켜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내 모든 지식이 앎을 가져다주었다거나

내 무지가 모름과 같지 않다는 뜻이 되었어요.      

‘사는 일, 앞이 가끔 그럴 수도 있지.

절대 그렇거나 절대 아닌 일도 없는 거지.

꽃향기가 그리워 들어서는 길에

꽃잎이나 향이 남아있어 준다면 그저 좋을 뿐.’     

그것에 감사해요.

그곳에 감사해요.     


*

‘감사’는 언제나 내가 하는 말을 사람의 말답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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