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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증상 저혈당?

요즘 병동에 코로나가 돌고 있다.

당뇨 있는 한 어르신도 쉰 목소리와 열 38도로 시작해서 증상이 나타나더니 자가 키트 검사 결과 코로나 확진자가 됐다. 어제 낮 열두시쯤에는 식은땀을 엄청 흘리고 멘탈이 가라졌다. 혈당을 재보니 44mg/dl이 측정되었다. (엄청 낮은 수치임) 그래서 50% dw 100ml를 절반 정도 줬다.


여기까지가 데이번 인계였고 내가 이브닝번이여서 인계를 받고 환자를 봤다.


오후 세시에 라운딩을 갔는데 간병사가 어르신 카스타드 하나랑 두유 하나를 챙겨 먹이는 거를 봤다.


그러고 나서 오후 네시에 당을 측정했는데 154mg/dl이었다. 50DW 수액을 때려붓고 간식을 먹었는데도 저거밖에 안돼서 당직의 노티를 했다.


50% DW도 거의 다 들어갔고 간식도 한시간 전에 먹였는데요. 혈당이 저거밖에 안됩니다. 메인 플루이드로 N/S 500ml이 들어가고 있긴 한데요, 플루이드 바꿔야 할 거 같은데요. 라고 말하자마자 본인도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며 바로 5DS로 바꾸라고 한다.


sepsis아니냐면서 원인을 도통 모르겠다고 하는데 이분 코로나 확진자라고 말하니까 모르셨단다. (데이번은 도데체 뭘 노티한거지 ㅡㅡ;;) 여튼 의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밥 잘 먹이고 간식도 계속 먹어야겠다고 같은 생각을 말했다. 내일 들어갈 당뇨약은 아침 혈당 측정해보고 빼던지 주던지 하자고 했다.


노티 끝나자마자 바로 수액을 바꿨다. 뭘 해줘야 하나 생각하다가 레몬 아이스티 가루 두 개를 부어서 미지근한 물에 태워서 환자를 먹였다. 나한테 계속 달다고 하소연하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우선순위는 목숨>단 느낌 이니까.


다섯시 반에 저녁식사가 왔다. 계속 안드신다는 걸 먹어야한다고 어르고 달래서 죽을 겨우겨우 다 먹였다. 한 입 먹고는 못먹겠다, 또 한 입 먹고는 안되겠다.. 나는 그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었다.


일곱시에 당을 쟀는데 177인가 나왔다. 내가 해준 거에 비해 엄청 오르진 않아서 좀 이상했다. 중간 점검차 당직의 노티를 했다. 부장님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여덟시에 다시 두유랑 카스타드를 먹였는데 이제 그만 먹고 싶다고 난리에 난리를... 그래도 필사적으로 먹였다.


그렇게 내 할 일을 다 하고 아홉시에 인계를 넘겼다.


일단 어제는 거의 이 환자만 보다시피 했다. 오늘은 괜찮으시려나.. 걱정이 크다. 치매라 인지기능이 떨어져서 힘들 때가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착한 분인데..(꼭 이런 분들은 내가 뭘 먹이려고 하면 선생님도 드시이소~~ 한다) 코로나 때문에 몸이 쇠약해진 게 보여서 마음이 안좋다.


이거 말고도 수많은 일이 있었다. 하나 더 말하자면, 간병사가 치매 할머니 근처에 가위를 두고 갔나 보다. 그걸 냅다 들고는 억제대를 가위로 난도질을 내서 보다 못한 다른 환자가 콜벨을 눌렀다. 재빨리 가위를 뺏고 간병사에게 엄청 뭐라했다. 이 할머니 주변, 아니 이 방 자체에 가위를 두지 마라고 말이다. 메소드가 따로 없다. 말로 하니까 몇 줄로 끝나지 공포영화 그 자체다. 가위로 자해라도 했으면.. 상상하기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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